[논란의 김해공항]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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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 신공항 표현 자제 '동남권 관문공항' 물밑 추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2016년 6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이 결과는 당시 첨예했던 영남권 5개 지자체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용역'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부산일보DB

최근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한 오거돈 부산시장의 발언은 일관되게 '선(先)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한다는 복안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결정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아 폐기 여부에 대해 경남과 부산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울경 신공항 TF 활용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 주장

부산시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문재인 대통령 공약 앞세워 전략적 행보

소음피해 지역 축소 의혹
고정장애물 기초 조사 부실
거점공항 전제 조사 부적절
ADPi 용역 문제점 지적

■약화하는 메시지, 오거돈 시장 속내는?

최근 오 시장에게서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말은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 됐다. 대신 부산시 공식 입장문에 언급된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수사가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략적 숨 고르기로 보고 있다. 실제, 부산시 입장문에는 고도로 계산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전략이 몇 가지 숨어 있다. 그 첫 번째가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말을 자제함으로써 대구·경북지역과 수도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중이다.

둘째는 부·울·경 신공항 TF를 활용한 차도지계(借刀之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김해 입장에서 소음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 중 실세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앞세워 김해공항 확장안을 무난히 좌초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렛대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관문공항 공약을 디딤돌 삼아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오 시장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안전과 소음 문제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면 가덕도가 최적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고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

2016년 ADPi(파리공항관리공단) 용역으로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극렬하게 충돌하던 5개 지자체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용역'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입지 선정의 문제점을 찾아 부·울·경 지역 공감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한다. 부산과 경남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그동안 "(ADPi의)김해공항 확장안에서 안전·소음 문제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ADPi는 소음 대책 지역으로 분류한 75웨클 이하 지역을 부산 경남의 경우 879가구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러나 경남발전연구원의 조사는 김해만 소음 피해 지역에 해당하는 가구가 2400여 가구에 달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안전 문제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ADPi는 김해공항의 신활주로 방향을 결정하면서 고정장애물에 대한 기초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항공법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안전을 위해 김해의 오봉산은 13.25m, 임오산은 11.61m, 경운산과 그 주변은 17.76m씩 무려 6600만㎥에 달하는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관문공항이 아닌 한 단계 위상이 낮은 거점공항을 전제로 계획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KDI는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를 2050년 기준 2856만 명으로 책정했다. ADPi가 추정한 3800만 명보다 1000만 명가량 줄여 관문공항 육성 의도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한다면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한다고 해도 다시 가덕도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추진하는 일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반대. 국토부 정책의 무게중심은 인천공항 허브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적 항공사도 적은 비용으로 승객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인천까지 올라가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동남권 주민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 국토부는 이들 국적 항공사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어 관문 공항이 새로 생기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대구·경북의 반대도 큰 문제다. 대구·경북지역도 이전 통합 공항을 관문공항으로 키운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어 부산과 제한된 항공 수요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관문공항 공약을 지렛대로 이 문제를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시민적 동력이 형성되지 않고는 정치권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마저 '가덕도 신공항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오 시장은 2022년까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 2028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일이 계획대로 진행돼도 2026년 개항하는 김해공항 확장안보다 2년 늦다. 폭증하는 항공 수요로 지금도 국제선의 경우 미어터지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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