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도 논쟁' 북·미 협상, 중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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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23일 만에 평양에서 열린 첫 고위급 회담은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비핵화 방식이나 시간표에 대해선 여전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하고,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이제 막 시작된 후속 협상에 대해 일희일비해서도 안 되겠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에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인 만큼 향후 추이를 더욱 예의주시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북·미 공동성명 이행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한 여정이 썩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어제 폼페이오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이 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폼페이오는 '비핵화 시간표 진전', '최종 비핵화 시까지 대북 제재 유지' 등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북·미 회담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 기대했는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신고 검증 등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이에 폼페이오도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맞서는 설전을 벌였다.

그나마 다행스럽다면 양측 모두 판을 깰 생각은 없는 듯 대화는 계속한다는 기조를 내비친 점이다. 당장은 워킹그룹 회의가 언제 열릴지,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밝힌 정전협정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 선언'을 북·미가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종전 선언 문제만 하더라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 역할과 효능이 각별히 주목된 의제였다. 북·미 두 당사자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해법 마련에 부심해야 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도 긴밀하게 상의하는 데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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