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만나는 '日 현대사진의 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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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이 카즈오의 '산리즈카, 어린이 투쟁대'.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일본의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 5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현대사진을 주제로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은사진미술관(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은 오는 8월 29일까지 '일본 현대사진의 원류(源流)-입자(粒子)에 새긴 이야기'를 개최한다. 전시는 토마츠 쇼메이, 츠치다 히로미, 키타이 가즈오, 이시우치 미야코, 아라키 노부요시 등 일본에서 현대사진을 일군 5명의 사진가들의 1960~70년대 작품 112점을 선보인다. 도쿄도(都)사진미술관, 가와사키시민미술관이 후원했고 스가누마 히로시 큐레이터, 박진영 사진가가 전시기획과 실행을 맡았다.

일본 현대 사진가 5명 작품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서

토마츠 쇼메이는 195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며 일본 사진의 전환기를 연 인물. 사진의 기록적 특성보다 하나의 표현 매체로 바라보는 주관적인 시선이 특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태양의 연필'은 토마츠가 오키나와에 가 살면서 찍은 작품들로 흑백과 컬러로 다양한 풍광과 주민들의 삶을 담았다.

츠치다 히로미의 '속신(俗神)'은 후지산과 이세신궁(神宮), 각종 마쓰리(祭·축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본의 전통적 삶의 방식이 현대적인 것과 부딪히면서 빚어내는 장면들을 포착했다. 중년의 남녀들이 서로를 희롱하는 듯한 모습 등을 익살스러우면서도 예리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키타이 카즈오는 나리타 공항 건설을 막기 위한 일본 지바현의 '산리즈카' 농민들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밀양송전탑 건설반대투쟁 등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기시감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여성 사진가인 이시우치 미야코는 '아파트' 연작을 출품했다. 낡은 아파트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삶의 흔적들을 기록한다. 작품에서는 낡아서 쓰러져가는 아파트의 내부와 외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풍기는 삶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시각적이면서도 후각적인 이시우치만의 '공감각적'인 작업 스타일은 이 시리즈로부터 시작됐다.

아라키 노부요시는 1971년 결혼 후 신혼여행 기간 촬영한 아주 사적인 사진과 그 이후 아내 요코의 투병과 죽음, 장례식 등을 엮은 '센티멘털한 여행'과 '겨울의 여행' 시리즈를 선보인다. 센티멘털함과 우울한 슬픔이 배어 있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부부의 성생활 장면을 담은 사진도 일부 포함돼 있어 '15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 시 관람 가능'이란 문구를 달아 놓은 것이 이채롭다.

강홍구 고은사진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일본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들이 참여했고, 더구나 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의 수작들이 망라돼 더욱 의미가 크다"며 "1960~70년대 일본의 현대사진과 한국, 아시아의 사진들을 비교해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일본 현대사진의 원류-입자에 새긴 이야기=8월 29일까지(월요일 휴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박진홍 선임기자 j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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