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시대 대비 인재양성을 위한 제언
/김현수 동아대 교육혁신원장 경영정보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혁신적 신기술 개발의 시대라고 본다. 비판적 사고력, 소통능력, 창의력, 협업능력(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reativity, Collaboration: 이하 4C) 등은 이를 위한 인재의 주요 핵심역량이 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교육 방법론은 무엇일까? 필자는 '질문에 의한 학습'이라고 제시한다.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출발점이다. 특히 답이 알려지지 않은 대상과 문제에 대한 질문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정신 활동이다.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몰입하는 능력을 '도전'이라고 보는 것이다.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협력과 사고의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열린 자세와 평등한 소통능력이 필요하다. 소통은 협력과 팀워크로 질문을 함께 풀어가는 중요한 능력이다. 비록 개인의 능력이 낮더라도 소통을 통해 협력해서 모일 때 그 총합은 훨씬 커진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 사회에서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개방적이고 솔직한 질문이 창조적 발견으로 이어진다'는 사회학자 파커 파머의 이론이 아니더라도 질문은 4C의 가장 기본적인 학습방법론이라고 본다.
동아대학교 설립자 고(故) 석당 정재환 박사의 교육철학인 '동좌문도(同坐問道)'는 고하를 떠나 서로 동등하게 모여 앉아 상호질문을 하는 가운데 새로운 발견을 위해 탐구해 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4C를 이루는 질문에 의한 교육을 '동좌문도'라는 네 자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제도권 교육방법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인재발탁 시스템이다. 4C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되었다 해도 이러한 인재를 적극 발탁하는 기업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20세기 초 헝가리에서 많은 인재가 태어나 청년 시절을 보냈지만, '헝가리 현상(20세기 초 헝가리에서 노벨상 수상자 7명, 울프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한 인재들이 대거 집중적으로 태어난 현상)'의 주인공들은 그들을 발탁하고 활용한 미국 등의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최종 기여했다. 인재발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사례다.
신분을 초월한 세종의 등용 방식이 없었다면 자격루 등 관노였던 장영실의 많은 발명품은 우리 역사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거북선은 탁월한 조선기술자 나대용이 있어서 가능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그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거북선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썰매 종목의 불모지에서 탄생한 한국(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학력이나 줄 대기가 아니라 오직 실력만으로 발탁되었다.
이제 기업체나 사회는 인재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서 4C 인재를 발탁해야 하고, 요구하는 인재상을 전달해야 한다. 교육기관은 이러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학사·교육제도의 다양한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이것이 '인재개발 생태계'의 선순환 신호가 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러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도록 4차산업혁명을 이끌 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오늘날 기업의 소재지와 인재채용이 글로벌화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육기관-기업-사회-국가의 경계를 넘어 4C 인재를 육성하고 발탁하는 제도가 정착된다면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헝가리 현상처럼 떼로 등장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