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업 상징 '한진해운' 빌딩, 호텔 자본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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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빌딩이 크라운하버호텔부산측에 팔렸다. 사진은 한진해운빌딩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 해운업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던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빌딩이 크라운하버호텔부산 측에 팔렸다. 해운업 호황기 때 중앙동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한진해운빌딩이 호텔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어 해운물류 중심이었던 부산의 해양산업이 관광으로 옮겨가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크라운하버호텔부산에 따르면 이 호텔을 소유한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의 이종환 명예회장이 경매에 부쳐진 한진해운빌딩을 최근 낙찰받았다. 이 회장은 감정가 629억 원의 이 건물을 530억 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북항재개발구역과 인접한 빌딩을 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크라운하버호텔부산 측 530억 낙찰
'리모델링 후 호텔로 활용' 고려 중

"해양물류 중심이던 부산 해양산업,
관광으로 옮겨가는 상징적 사건"


지하 5층에 지상 25층인 건물의 저층부는 지금처럼 임대하고, 고층부는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200실 규모의 호텔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2003년 완공된 한진해운빌딩은 당시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관련 업체들이 주변으로 모이고 부산항만공사(BPA)까지 입주하면서 부산지역 해운업 거점 역할을 했다.

2006년 한진해운 빌딩 옥상에서 북항을 바라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일보DB
2006년엔 북항 재개발을 추진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빌딩을 찾아 북항 전경을 둘러보는 등 전망대는 북항 일대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2016년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난해 1월 BPA가 사옥을 이전하면서 공동화 현상을 빚었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한진해운빌딩에 입주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파산한 한진해운 건물에서 다시 한국 해운물류 산업을 일으킨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건물 전체가 경매에 넘어가 부분 입주가 불가능한데다 출범 준비를 위한 조기 입주가 불가피해 해양진흥공사는 해운대 마린시티 아이파크 입주로 결론이 났다.

서울 소공동 소재 크라운파크호텔서울과 부산 중앙동의 크라운하버호텔부산 등을 소유한 이종환 교육재단이 '크라운'이라는 브랜드로 호텔 체인을 확장해 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한진해운빌딩의 호텔 변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크라운하버호텔부산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호텔과 고급형 호텔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아직 북항 재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다만, 오페라하우스 착공 소식도 들리고 전망이 워낙 좋은 곳이라 고급 호텔 입지로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경남 의령 출신의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명예회장이 2000년 설립한 교육 재단으로, 설립 당시 10억 원이었던 출연 재산이 현재는 8000억 원으로 늘어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으로 발돋움했다. 재단 측은 호텔 사업 등을 통해 나온 수익금을 장학사업 재원에 활용하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4가 79-9에 있는 한진해운빌딩은 한진해운이 파산 직전까지 국내에서 소유했던 가장 비싼 건물이다. 2011년 빌딩에 75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산업은행이 지난해 담보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경매에 나오게 됐다. 토지 면적은 3669.7㎡, 건물 면적은 4만 365.8㎡에 달한다.

강희경·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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