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쉬어야 할 때는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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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좁쌀영감'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좀스러운 사람을 작은 좁쌀에 비긴, 아주 뛰어난 비유. 좁쌀을 활용한 사자성어로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 있다. '넓고 큰 바닷속의 좁쌀 한 알이라는 뜻으로, 아주 많거나 넓은 것 가운데 있는 매우 하찮고 작은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어우러져야 하는 법. 작고 하찮다고 깔보다가 큰코다치는 일이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글쓰기에서 보자면 쉼표가 바로 좁쌀이 될 터. 아주 작고 하찮아 보여서, 쉽게 찍거나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쉼표 하나 있거나 없어서 뜻이 정반대가 돼 버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빌보드 2위라는 기록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싸이는 한 번도 갖지 못한 미국 주요 시상식의 트로피를 방탄소년단은 두 번 연속 차지했다.'

이 기사는 2012년 빌보드 2위를 기록한 싸이도 받지 못한 트로피를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받았다는 걸 강조하려던 터. 하나, '불구하고' 뒤에 쉼표를 찍는 바람에 전혀 다른 뜻이 됐다. 빌보드 2위를 기록한 건 싸이가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되고 만 것. 쉼표를 지우면 의도했던 뜻으로 돌아간다.

'요즘의 봄은 SNS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다른 곳보다 먼저 핀 꽃 사진들이 여기저기 올라오면서 봄이 시작되었다. 부산에서도 유엔기념공원 안의 홍매화 사진 같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소식이 올라온다.'

이 글에서는 쉼표를 찍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이 있다. '홍매화 사진 같은 다른 지역'이 바로 그 구절. '홍매화 사진 같은, 다른 지역'으로 쉼표를 찍으면 그나마 뜻이 통하게 된다.

'군대에는 공관병 외에도 당번병이나 전속 운전병과 통신병, 조리병 등 속칭 '따까리'로 불리는 고급 장교의 시중을 드는 것이 임무인 병사도 적지 않다.'

이 문장도 마찬가지. ''따까리'로 불리는 고급 장교'를 보자면 고급 장교가 따까리가 된다. 하지만 그들의 시중을 드는 병사를 따까리라 하므로 ''따까리'로 불리는' 뒤에 쉼표를 찍어야 했다. 아래 문장에서도 '색깔론에 근거한, 민생'이라야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당의 슬로건은 색깔론에 근거한 민생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을 때는 쉼표를 찍어 호흡을 쉬어야 한다. 사람도 쉴 때는 쉬어야 하는 것처럼….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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