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책 번역 콩쿠르 최우수상 마키노 미카 씨 "한글 모르는 일본인에 한국소설 소개 뿌듯"
"평소 한국 신문, 잡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입니다. 번역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번역콩쿠르에 응모했는데 최우수상까지 받아 놀랐습니다."
부산에 11년째 사는 일본인 마키노 미카(49·부산 동래구 수안동) 씨는 최근 '2017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번역 콩쿠르에서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어권의 우수한 신인 번역가 발굴을 위해 열린 이번 콩쿠르는 일본 K-BOOK진흥회와 쿠온 출판사(대표 김승복)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문학번역원이 후원했다. 특히 쿠온 출판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등 한국 문학 시리즈 출판을 통해 문학한류를 이끌고 있다.
남편 따라 부산에 와 11년 거주
최은영 소설 '쇼코의 미소' 번역
'문학 한류' 알리기에 도움 되길
콩쿠르 응모 기간은 지난해 10월 2일부터 올 1월 15일까지였고 올 4월 중순 수상자 발표가 났다. 총 212명이 지원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을 뽑았다. 시상식은 오는 7월 21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한국문학의 일본어 번역 과제도서는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였습니다. 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는 필수과제였고 나머지 한 편의 소설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은 마키노 씨는 우수상 수상자 2명과 함께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 일본어판 출간에 참여한다. 마키노 씨는 소설집 중 <쇼코의 미소>,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미카엘라>, <비밀> 등 4개 작품의 일본어 번역을 맡았다. <쇼코의 미소> 번역집은 오는 12월 출간된다.
"<미카엘라>와 <비밀>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이후에 희생자 가족의 아픔과 상황을 다룬 소설입니다. 실제 진도 팽목항까지 다녀왔고 당시 한국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서 번역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 출생인 마키노 씨는 이번에 처음 문학번역을 하게 됐다. 대학에서 영어과를 전공한 그는 간호전문학교에 다시 입학해 오사카적십자병원 등에서 10여 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마키노 씨는 2008년 2월 남편이 부산외대 전임강사로 오면서 부산에 따라왔다. 남편은 현재 부산외대 일본어창의융합학부 교수이다.
"부산에 처음 왔을 때 부경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죠. 주부로 살면서 부산의 맛집과 여행지를 일본어로 소개하는 블로그를 10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점점 한국어에 능통해지면서 번역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번역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2년 과정의 한국문학번역원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러 서울에 갑니다."
마키노 씨는 점점 번역의 매력에 빠지고 있단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일본 사람이 번역된 한국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어떤 단어나 표현을 쓰고 작가 의도를 어떻게 잘 살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재미있어요."
번역가로 첫발을 내디딘 그가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한국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해 '문학 한류'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을 다룬 이영아 작가의 그림책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를 번역해 일본인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