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스크린 산책] 라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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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지역 아이들에게 바이올린 가르치는 연주자

'라 멜로디'. 위드라이언 제공

전업 연주자가 적성인 바이올리니스트 '시몽'(카드 므라드)은 잠시 도시 변두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된다. 본래 가르치는 일에 의욕이 없던 그는 경박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점차 그들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다른 학교와의 합주 공연까지 아이들을 이끌게 된다.

연기 배우지 않은 아이들 캐스팅
다양한 캐릭터 사실적으로 묘사

'라 멜로디'(Orchestra Class, 감독 라시드 하미)는 소외지역 아이들과 교사의 교감을 그린다는 점에서 프랑스 초등학교판 '위험한 아이들'(감독 존 N. 스미스)이나 '프리 라이터스 다이어리'(감독 리처드 라그라브네스)라고 할 만하다. 교사는 야생의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트럼펫 연주자를 꿈꾸던 '현우'(최민식)가 강원도 산골의 중학교 관악부 교사로 부임하는 '꽃피는 봄이 오면'(감독 류장하) 또한 '라 멜로디'를 보며 계속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클래식 음악과 악기, 합주를 매개로 한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감은 두 영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들이 바이올린 수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공적 공연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는 데는 음악의 매력이 크게 작용한다. 시몽 역시 바이올린 잡는 법부터 비브라토까지 가르치는 동안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연주회와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서로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려줌으로써 멀어 보이기만 했던 그들 사이의 간격은 계속 좁아진다.

소재나 스토리텔링이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라 멜로디'는 아이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것은 그들만의 사회를 묘사하는 장면들에서 두드러진다. 처음 다른 학교 학생들과 리허설을 해본 아이들은 그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지만 실실거리거나 크게 웃거나 울거나 하는 등 그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시간이 갈수록 연주를 좀 더 잘 해 보고자 노력하는 부류와 그보다 덜 진지한 부류가 나뉘어져 갈등을 겪는 장면이라든가 식당에서 짓궂게 한 아이를 놀리며 깔깔대는 장면 등에서 아이들 각자의 성격이 더욱 잘 살아난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아이들을 캐스팅한 라시드 하미 감독의 의도는 어른들의 머릿속이 아닌 실제 그들의 커뮤니티가 생생하게 재현된 부분들에서 빛을 발한다. 작고 가볍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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