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부산장애인종합복지관장 "여성장애인 욕구도 귀 기울이는 사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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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들은 '장애인과 우리는 다르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 보니 장애 유무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욕구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먹고 살게 도와줬으면 됐지 또 뭘 바라느냐'는 전근대적 시각을 가진 지자체나 복지시설도 적잖이 남아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하소연(46·여) 관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깨기 위해 장애인 복지 일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이들 중 하나다. 대학 졸업 직후 장애인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한 하 관장은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애인 복지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지체·지적장애인 멘토링 이어
화장·코디법 프로젝트 진행
정부·지자체 적극적 자세 필요


하 관장은 특히 그동안 한국 복지업계에서 줄곧 외면당하던 여성 중증 장애인들의 권리 신장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인 '맘드림' 사업이 대표적이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 2013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 멘토링 사업은 여성 지체 장애인과 여성 지적 장애인을 1대1로 연결해 육아와 가사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하 관장은 "지적 장애인 엄마들은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손을 놔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라는 공감대가 이들을 엮어주기 때문에 멘토와 멘티 모두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복지관이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아리따운 드림' 프로젝트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이크업 전문가가 여성 중증 장애인들에게 얼굴형에 맞는 화장법과 코디법 등을 알려준다.

하 관장은 "중증 장애인들도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비장애인들과 같다"며 "40년 가까이 화장 한 번 안 해본 이들에게 화장법을 알려주는 것은 단순한 치장을 넘어 이들의 자존감을 회복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관 측이 자체 개발한 장애인복지정보 종합포털인 '복지뱅크'도 호응이 좋다. 욕구별, 생애주기별, 장애 유형별로 장애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구축해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다.

하지만 부산시 위탁 기관이라는 한계도 있다. 복지관 측은 지난해 부산시 장애인복지과와 머리를 맞대 발달지연 아동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행정안전부 주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현실화가 절대 녹록지만은 않다. 결국 지자체의 결단과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 관장은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와 목소리가 현장에서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때가 많다"며 "장애인 복지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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