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에게 파란 하늘을 안겨 주자
/류춘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얼마 전 신문에서 요즘 아이들은 하늘색이 뭔지는 알지만 하늘을 그릴 때 흰색과 노란색 크레파스를 잡는다고 한 것을 보았다. 문득 40여 년 전 담임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뭔 줄 아세요? 바로 파란 가을 하늘이에요"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얼마나 자랑거리가 없었으면 가을 하늘이 자랑거리라고 했을까 싶으면서도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서글프다.
1967년 건립된 울산공업탑에는 '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나가는 그 날엔 국가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검은 연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당시엔 굴뚝의 검은 연기가 희망의 돌파구였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2016년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린 기사에 'The Dirty Ten(더러운 10개)'이라는 눈에 띄는 그래프가 있다. 이 그래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항만이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0개 항만을 나타내고 있는데 중국(7개), 두바이, 싱가포르, 그리고 우리나라 부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항만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정한 선박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 해역(ECA)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국의 관리가 절실한 해역이기도 하다.
네이처의 같은 연구에 따르면, 주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및 초미세먼지는 운송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2013년 유럽에서 대기 중 질소산화물의 배출은 도로 운송으로 인해 가장 높았고(33%), 황산화물은 선박 운송으로(18%), 초미세먼지는 도로(12%)와 선박(11%)에 의해 높았으며, 항공이나 기차 운송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비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최근 육상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대책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부산 등 항만도시에서의 대기오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박 운항 과정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황산화물의 배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해양환경관리법에는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연료유로 사용되는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을 3.5%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부산, 울산, 창원, 통영에 소속 해양경찰서를 두고 해양에서의 경찰 및 해양오염 방제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선박의 황 함유량 초과 여부를 조사하여 9척을 적발하였으며, 올해 4월부터는 한국석유관리원과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다. 황 함유량 초과 연료유를 사용한 자와 공급한 자 모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된다.
전통적으로 해양 오염은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선박사고로 인해 유출되는 기름·유해 화학물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해양경찰의 환경 업무도 유출된 기름 방제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선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IMO에서는 2020년부터 황 함유량을 0.5%로 대폭 강화해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세계 해양국가들이 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황산화물 규제 강화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선박은 값이 비싼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하거나 저감장치를 설치하여 연소 가스에 함유된 황을 제거하고 배출하거나, 아예 연료유를 LNG로 대체하는 등의 수단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그리는 하늘'이 어릴 적 기억 속의 하늘과 같이 깨끗하고 파란 하늘이 되도록 지속해서 선박 연료유에 관한 점검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