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극장'은 뜨거운 열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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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산 중구 모퉁이극장에서 영화인과 관객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부산예술독립영화전용관인 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춤과 음악공연, 시민들의 지지 발언, 그리고 영화상영에 이르기까지. 5일 부산 중구 모퉁이극장에서 열렸던 부산예술독립영화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 발대식 현장은 '부산시민극장'(가칭·본보 4일 자 1면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100여 명의 영화인과 시민들로 가득한 극장 안은 부산예술독립영화전용관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되기 충분했다. 올해 초 국도예술관 폐관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연대하지 못한 데 대한 아픈 마음을 관객에게 내비쳐야 하는 게 싫어 예술관 문을 닫은 후 지금껏 관객과 소통하지 않았다"면서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극장이라는 형태 안에서 예술영화전용관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관객과 함께 찾고 싶었다. 전용관이 보편화되고 당연시되는 그날까지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예술독립영화전용관 추진위
100여 명 참석 발대식 가져
참가자들 자유발언 쏟아내며
건립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에 선정됐을 만큼 영화도시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순수 민간 차원의 예술영화전용관이 1곳도 남아있지 못한 것은 부산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최윤 전 부산영상위원장은 "문화를 향유하는 것을 하나의 권리라고 본다면 전용관이 사라지는 것은 시민으로서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문화 향유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시민들이 큰 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아 시인은 "부산시가 시민들이 원하는 국도예술관엔 단 1원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F1963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부산시나 부산문화재단이 시민이 원하는 공간과 예술단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야 한다"고 소리높였다.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관에 대한 시민들과 영화인들의 열망은 뜨거웠다. 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성욱 부산독립영화협회 이사는 "오롯이 관객과 영화인을 위한 공간이자 영화에 대한 따뜻한 열정과 마음을 간직한 전국 유일의 새로운 영화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도예술관을 자주 찾았던 관객 이순영 씨는 "왜 전용관이 생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의 답은 '그냥'이다. 수많은 멀티관에 구색 맞추고 선거용으로 꼽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관이 따로 생겨야 하지 않나 생각해봤다. 머무는 그 순간까지 직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 관객 최수영 씨는 "국도예술관에 이어 아트씨어터 씨앤씨마저 휴관에 들어갔다. 영화도시에서 영화관이 버틸 힘이 없어 사라졌다. 시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 동시에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공간이 안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관규(부산대 교수) 영화교수협의회 회장도 "작은 극장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예술의 장으로 견인해내는 발원체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대식에선 국도예술관이 폐관되는 마지막 모습을 따라간 박배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씬(Last Scene)'이 공개돼 좌중을 숙연케 했다.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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