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양패권 투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서쪽으로는 믈라카해협을 통해 인도양으로, 동쪽으로는 대만해협을 통해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남중국해가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7개국에 둘러싸인 주머니 모양의 해역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주변 6개국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 해역은 면적이 350만㎢에 이른다.

남중국해는 세계 연간 교역량의 약 3분의 1(약 5조 달러)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로 가는 물동량과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60%가 지나는 길목이다. 한국과 일본의 원유 수입량의 약 90%,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80%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 이러한 남중국해에는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인근 국가들의 대립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공존하고 있다. 이 두 대립이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 예측불능이다.

중국은 한나라 이후 2000여 년간 역대 왕조와 정부가 이 해역의 섬들을 발견하고 관리해 왔다는 점과 1953년에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모양으로 9개의 점선을 그은 구단선 등을 근거로 남중국해 해역의 약 90%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한다. 남중국해에 군사기지 등을 갖춘 축구장 약 1500개 넓이에 달하는 7개의 인공섬을 완공한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2017년 신년사에서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며 누가 어떠한 구실을 삼는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자국 해군의 미래를 상징하는 랴오닝 항모 전단을 남중국해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분쟁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7월 12일 필리핀과 중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안 선고에서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해 온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내 암초들을 섬으로 인정할 수 없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유엔해양법협약 회원국이 아닌 미국은 국제법 준수의 차원에서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판결은 효력과 구속력이 없고, 접수·승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야심이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적 의지와 정면으로 맞부딪친 장소다. 올 4월에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항모 랴오닝호 전단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였고, 미국은 루스벨트호 항모 전단으로 남중국해 남부 해역에서 싱가포르 해군과 함께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을 상대로 '항행의 자유'를 세우고 있다. 미국의 서해안과 아시아 사이에 군함과 병력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태평양, 남중국해, 믈라카 해협, 인도양을 자유롭게 항행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공공연하게 미국과의 무력 충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중국의 잠재력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중국 해군이 미국 해군과 맞서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언젠가 중국의 국력이 더 커지면 마치 약 1세기 전에 미국이 영국을 카리브해에서 추방했던 것처럼 중국이 자국의 앞마당에서 미국을 밖으로 밀어내고 싶어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 나라의 해양패권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남중국해가 분쟁의 바다가 아니라 평화와 자유, 우호와 협력의 바다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