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이든 서비스든 '품질 1등 고집' 35년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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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바다의 날 금탑산업훈장 우방우 금양상선 회장

해운업이 그렇게 어렵다던 2016년부터 2년간 한 척당 100억 원에 이르는 3500t급 화물선 6척을 한꺼번에 새로 지은 중견 선사가 있다. 1982년 부산에서 창업한 중견 외항 화물선사 금양상선이다. 이 회사 우방우(82·사진) 회장은 왜 이런 '파격 행보'를 보였을까?

"화주가 요구하는 선령 기준을 넘기게 된 겁니다. 해운업이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우리 회사 정도 규모를 유지하려면 배도, '식구'도 줄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은 투자 줄이는 해운 위기에
사재 털어 배 6척 건조 '파격 행보'
대형 화주 포스코가 신뢰하는 선사
수십 년째 철강제품 日 운송 맡아
스포츠 꿈나무 등 통 큰 후원도

포항제철소 터를 고향으로 둔 우 회장의 느릿한 경북 억양이 정겨웠다. 회사 임직원을 '식구'라 표현하는 대목에선 원로 경제인의 가부장적 책임감도 느껴졌다.

자사 소유 11척, 빌린 배 10척으로 화물 5만 3000t 해상 운송 능력을 갖춘 금양상선은 육·해상 임직원 150명이 일하는 회사다. 이런 투자를 덥석 할 만큼 경영 실적이 엄청난 회사인가? 아니다. 그런데도 600억 원에 이르는 배 신조 부담 중 25%는 사재까지 턴 우 회장이 부담했다.

"배를 지을 때 한꺼번에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해마다 들어오는 수입은 제조업보다 적습니다. 매출액이 낮아요."

포항제철 철강제품 수출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의 기자재 수입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 한 해 매출은 300억 원 수준. 매출로만 보자면 기업 몸집이 크진 않다.

하지만 포스코가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 운송 전용선 계약을 처음 맺은 선사가 금양상선이다. 이 회사 배 6척을 비롯해 우양상선, 태영상선과 함께 모두 15척의 배로 포스코의 일본 수출물량 25만t 중 65%를 실어 나른다. 금양상선은 포스코 일본 수출 전용선사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글로벌 철강 업체인 포스코로부터 화물 운송 안정성과 효율을 인정받아 운송 물량을 안정적으로 30년 가까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화주가 이렇게 오랜 세월 믿고 맡기는 선사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집이든 배든, 처음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길게 보면 그게 더 이익입니다."

이번에 배를 지으면서 우 회장은 선박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직접 발주했다. 해양·대기 오염이 적은 값비싼 최신 장비를 선뜻 골라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서비스든 선박이든 '품질'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고집이 느껴졌다.

우 회장은 언젠가부터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눔'에 눈뜬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부산시체육회에서 부회장으로 봉사했고, 부산시골프협회장 12년, 대한수상스키·웨이크보드중앙회 회장 4년 등 종목별 회장으로도 수많은 스포츠 꿈나무를 발굴·후원했다. 100여 명의 꿈나무가 그의 든든한 지원 속에 마음껏 기량을 키웠다. 지난 2월에는 부산에서 140번째 아너소사이어티(고액기부자모임) 회원이 됐다.

"누가 제안하거나 시켜서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젊은 친구들을 도와줬고, 작은 것이라도 나눠야 겠다고 스스로 생각한 거죠."

부산 지역 기업인 사이에서 우 회장은 '큰 형'으로 불린다. 대가 없이 베푸는 통큰 리더십 덕이기도 하고, 여든을 넘긴 지금까지 현역에서 물러나지 않은 꼬장꼬장 청년 정신을 잃지 않는 모습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최소한 아흔까지는 일할겁니다."

31일 제23회 바다의날을 맞아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그는 옅게 웃었다. 1999년 제4회 바다의날 동탑훈장 후 19년 만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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