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문화 스토리텔러, 국립해양박물관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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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 관장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18세기 영국 대영박물관이 근대 박물관의 시작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당시 아일랜드 출신 의사였던 한스 슬론 경이 기증한 자료 수만 점을 바탕으로 의회가 최초의 국립박물관을 설립했고, 이를 대중에게 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세운 무세이온(Museion)이 이미 학예기능을 지닌 박물관으로서 존재했다. 특히 무세이온은 문예·철학 관련 연구 공간과 극장, 강의실, 도서관 기능을 포함한 장소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현대 박물관과 매우 유사하다. 결국 박물관이 지식의 보고이자 전파의 장이어야 한다는 점은 고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1909년 창경궁 내 제실박물관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박물관이 생겨났다. 최근엔 특정 분야를 주제 삼아 운영되는 박물관·전시관이 많아진 상황이다. 이 중 필자가 속해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이라는 주제를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종합 해양박물관이다. 아울러 운영 전문성을 기하고자 '국립해양박물관법'에 따라 세워진 최초의 박물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물관은 해양이라는 테마에 맞춰 개성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 부문에서는 극지, 대항해 시대 등의 주제로 시리즈 전시를 개최했고, 국내외 학술대회를 통해 해양문화 연구 중심축으로 활약해 왔다. 또 바다 관련 진로체험 및 어린이·가족·성인 등 각 연령대별 교육 및 문화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박물관은 개관 후 누적관람객 675만여 명, 2015년 4월 20일 공식 출범 후 3년간 321만여 명이라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다음을 생각할 때다. 지금까지 박물관이 바다를 알리는 데 힘썼다면, 이제는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고, 나아가 미래를 위해 바다에 투자하고 과감히 도전해 가는 진취적인 해양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박물관은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해양강국'을 꿈꾸는 해양수산부의 활동을 포함해 바다의 다양한 면을 선보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전시 중인 '대항해시대, 바닷길에서 만난 아시아 도자기'를 시작으로, 수신(水神)이라 불리는 '용'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 어류학자 정문기(1898~1995) 관련 테마전, 그리고 극지국가와 함께하는 국제전시가 연속적으로 개최된다. 또한 학술연구도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섬·바다 생활과 연안 지역 관련 국내 학술대회, 해양강국이었던 고려의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바다의날 기념 특별 행사, 직장인 관람지원 프로그램 등도 도입해 해양을 다채롭게 즐길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바다의 과거를 함께 기억하고, 미래를 이야기함으로서,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는 글로벌 해양강국을 꿈꾸는 해양수산부의 비전과, 글로벌 해양수도를 향한 부산시의 도전과도 연계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가 변할 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도 달라진다. 박물관 또한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에서, 많은 이가 새로운 지식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바다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치는 스토리텔러. 국립해양박물관은 더 혁신적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해 더 많은 이에게 해양에 대한 공감과 도전의식을 일깨우는 존재로 모든 국민과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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