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지나도 잊을 수 없는… 한국, 그리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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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981년 7월 경남 마산시 애리원에 맡겨진 한나 코겔(37) 씨, 1965년 9월 해운대구 성모보육원에 맡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영자(54) 씨의 어린 시절과 현재 모습. 한나 코겔·살라 코펜 씨 제공

1981년 5월 20일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선경(37·여) 씨는 같은 해 7월 10일 경남 마산시 합포구에 있는 보육원인 애리원에 맡겨졌다. 한 달여 뒤인 8월 28일 이 씨는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진 뒤 독일 베를린으로 입양됐다. 이 씨는 자신이 정확하게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떠한 경로로 보육원에 맡겨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로부터 37년. 이 씨는 독일의 양부모 밑에서 한나 코겔이란 이름을 얻고 웹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사영자(54·여) 씨는 1965년 9월 18일 해운대구 좌동 성모보육원에 당시 나이 생후 13개월에 맡겨졌다. 보육원에 등록될 당시 이름이 사영자지만 정확한 한국 이름은 알지 못한다. 이후 사 씨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로 떠난다. 그의 어린 시절 사진과 왼쪽 팔에 어릴 때부터 있었던 검은 점이 부모가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해외입양 이선경·사영자 씨
아기 때 독일·벨기에 보내져
SNS 계기 뿌리 찾으려 입국
부모 못 찾아 본보에 도움 요청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보육시설에 맡겨졌다가 멀리 타국으로 보내진 입양인들이 가정의달을 맞아 자신들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씨와 사 씨의 딸 살라 코펜(28) 씨는 올 초 SNS를 통해 '입양 가족 찾기 네트워크'를 알게 됐다. 이들은 사는 곳도 달랐지만, SNS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어도 잘 못하지만 부모, 조부모를 수소문하기 위해 홀트아동복지회, 애리원, 성모보육원, 부산경찰청 등을 찾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이 씨는 오는 29일 베를린으로 돌아간다. 코펜 씨는 어머니의 모국을 알기 위해 서울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이들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 24일 부산일보사를 찾아왔다.

이들이 부모, 조부모를 찾으려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왜 자신을, 자신의 부모를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고 싶기 때문이다. 이 씨는 "수십 년간 나의 뿌리, 나의 부모님을 찾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보 nathaliecho@yahoo.com 051-461-4114.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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