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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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섭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

부산항은 개항 141년 만인 지난해 20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함으로써 세계적인 대형 항만 대열에 합류하였으며, 아시아 제2위의 환적항으로 성장하였다. 여기다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산항은 신북방경제 시대의 거점항만이자 유라시아 관문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으로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였다.

부산항이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등 세계 1, 2위 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천재일우의 기회인 남북 경제협력 확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증가할 물동량이나 철도 수송능력 등 불확실한 요인도 있으나 항만건설에 5년 이상 소요됨을 고려하여 부산항 신항 3단계의 설계는 물론 하부시설을 조기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하며, 철도 물류 수요에 대비하여 '북컨' '남컨' '서컨' 등 철도수송이 가능토록 기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부산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는 항만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부산항은 중국, 일본 등 국제적 경쟁뿐 아니라 광양 등 국내항과의 경쟁, 신항과 북항의 경쟁, 그리고 터미널 간의 경쟁 등 4단계의 경쟁을 거침으로써 항만하역료 수준이 일본과 중국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8개 운영사가 난립해 있는 부산항 전체를 싱가포르항이나 상하이항과 같이 원 포트(One-Port) 운영체제로 탈바꿈시켜 과점화되어 있는 글로벌 해운시장에 대응하여야 한다. 다만, 민자부두가 다수를 점하고 있어서 당장 원 포트로 운영하기 어려운 한계를 고려하여 기존 터미널의 통합운영을 우선 추진하는 등 단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자부두의 운영기한이 도래되는 대로 부산항만공사가 운영권을 인수하여 직접 항만운영을 담당함으로써 부두 임대사업자가 아닌 항만운영 책임기관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부산항의 물동량을 획기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항만 배후부지 운영도 대수술하여야 한다. 정부가 두바이의 제벨알리를 모델로 하여 원대한 꿈을 안고 출발한 부산항 배후부지는 수출화물 비중이 6% 수준에 불과해 수출입 화물의 단순 창고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두바이의 제벨알리는 2000만 평의 부지에 약 7000개 기업이 입주하여 제벨알리항 물동량의 25%를 창출하고 있다.

부산항도 현재 130만 평 수준의 배후부지를 강서지역 그린벨트 등을 활용하여 1000만 평 이상으로 확대하고, 외국인 지분 100% 인정, 세제 혜택과 외국인 고용 허용 등 제벨알리 수준으로 기업경영여건을 개선함으로써 디에이치엘(DHL), 페덱스(FedEx) 등 글로벌 물류 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중국 등지에 있는 우리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여 물동량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고용 확대를 도모하여야 한다.

부산항 발전의 핵심적인 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산항만공사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항만계획 수립, 투자와 건설, 운영 등 항만 전반에 걸쳐 부산항의 현장에 알맞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여야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신북방경제 시대의 희망을 안고 부산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부산시민과 관계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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