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류준열 "판이한 캐릭터…이제 연기하는 맛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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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이 이해영 감독의 영화 '독전'에서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와 전혀 다른 '락'을 연기한다. NEW제공

온 몸에 상처를 입은 한 남자가 병실에 누워있다. 일명 '약 공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는데,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다. 거대 마약조직의 꼬리 격인 이 남자에게 모든 경찰의 눈이 집중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의 주인공 류준열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다. 류준열은 극 중 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하는 조직의 버림받은 연락책 '락'을 연기했다. 앞선 작품인 '더 킹' '침묵'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등에서 영화의 결을 차분히 어루만졌던 모습과 판이하다. "180도 다른 캐릭터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류준열을 만났다.

아시아 마약 조직 다룬 범죄극
버림받은 연락책 '락'역 맡아
형사 역 조진웅과 찰떡 호흡

서른에 늦깎이 연기자 데뷔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
"부산 배경 작품 꼭 출연하고파"

류준열이 그린 '락'은 선하지만 악하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냉정하면서도 정겹다. 그는 공장 폭발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두목 '이 선생'을 쫓는 경찰을 돕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 속내는 전혀 알 수 없다. 모든 일에 무표정하고 무뚝뚝하지만 의외의 구석도 있다. 자신이 키우던 개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볼 때나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엔 눈시울을 붉힌다. 그런가하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상대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지 않나"라고 묻기도 한다. 

그는 이런 락을 "연기한 자신마저 의심하게 만든 캐릭터"라고 말한다. 촬영이 끝난 지금도 락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더욱 감정의 균형을 잡고 담백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단다. 특히 한쪽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류준열은 이 과정에서 "답답하고 외로운 감정을 느꼈다"며 "촬영을 마친 후에는 한동안 공허한 감정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고 귀띔한다. 그는 "촬영장에서도 웃고 떠들며 지냈지만, 끝나고 나면 왠지 모를 씁쓸한 감정도 느껴졌다"며 "캐릭터 뿐 아니라 인간 류준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 '락' 캐릭터는 그 자체로 살아 숨 쉰다. 긴장의 끈도 놓을 수 없게 한다. 류준열은 '독전'을 촬영하며 "연기하는 맛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촬영 장면에 얽힌 에피소드도 곁들인다. "한 손에는 드론이 들려있었어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광활한 대지를 스크린에 조금이나마 담아보고 싶어 직접 리허설 촬영을 해봤죠. 하지만 너무 추워서 배터리가 제 구실을 못하더라고요. 촬영은 포기했지만 배우들과 두 손을 호호 불어대며 사진도 찍고 재미있게 지냈어요. 하하." 
극 중 형사 '원호'를 연기한 조진웅과는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원호는 자신의 전부를 '이 선생' 잡는데 쏟아 붓는 인물. 류준열은 이런 원호가 락의 '거울'같았다고 설명한다. 처한 상황이나 성격은 다르지만 내면에 짙게 깔린 정서는 비슷하다고. "조진웅 선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 뿐 아니라 열정이나 자세 같은 부분도요. 촬영 때마다 선배 눈을 봤는데 매 순간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죠. 촬영을 마친 뒤에는 진한 포옹도 했어요."
지난 2014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스크린에 데뷔한 류준열. 이듬해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글로리데이'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 등 굵직한 작품에 함께 했다. 그런 그가 올해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리틀 포레스트'로 관객을 만났고, 올해 '뺑반'과 '돈'으로 연이어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서른에 늦깎이 데뷔를 한 만큼 아직 연기에 목마른 신인이에요. 더욱 열심히 달리고 싶어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도 꼭 출연해보고 싶네요."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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