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대한항공 조직을 동원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도록 지시한 이메일이 23일 공개됐다. 현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한진 일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인사부 직원 메일 4통 공개
"불법 고용 확인되면 소환"

언론에 공개된 이메일은 4건으로, 먼저 2014년 6월 23일 대한항공 인사부 직원이 인사부 전무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금일 아침 DYS(비서실)로부터, 평창동 연수생 입국일을 7월 3일로 하라는 사모님 지시를 전달받아 보고드린다'는 내용이다.

이어 5분 뒤 마닐라지점에서 인사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은 '이촌동 연수생은 6월 27일, 평창동 연수생은 7월 3일 KE622편으로 한국에 차질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돼 있다.

평창동은 조 회장의 집이 있는 곳이고 이촌동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는 곳이다.

현행법상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는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지만 일반연수생 비자(D-4)로 입국한 사람이 가사도우미로 일했다면 불법이다.

2014년 11월 3일 대한항공 비서실이 인사부에 보낸 이메일에는 '새로 온 연수생이 (일을)하나도 할 줄 모른다. 부엌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애만 봤다고 한다. 새로 연수생을 빨리 구하라'라고 돼 있다.

출입국 당국은 불법 고용이 확인되는 대로 이명희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은 조 회장 일가가 회사 경비인력을 집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비용은 회삿돈으로 지불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확인에 나섰다. 해당 경비업체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상에는 근무처가 계열사로 돼 있지만 조 회장 집에서 근무한 것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당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