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굴기' 中 항만 점검] 상. 상하이 양산항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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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이 하던 하역 300명이 담당 '24시간 항만'

아시아 최대 완전 무인자동화 항만인 중국의 상하이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 전경. ZPMC한국지사 제공

부산항 신항 완전 무인자동화 도입을 둘러싼 일자리 감소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지난 17일 해양수산부·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와 함께 아시아 최대 완전 무인자동화 항만인 '상하이 양산항 4기 자동화 부두'를 찾았다. 현장 스케치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슈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아시아 최대 무인 자동화
현장엔 사람 한 명도 없어
중앙통제실서 원격조정

170만~180만TEU 처리할 듯
목표 200만TEU엔 못미쳐
처리속도 높이는 게 관건

■항만 근무 인력 1000명→300명


100m 높이의 무인 안벽크레인 10기, AGV(무인이송차량) 50대, 자동 레일식 야드크레인 40기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안벽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운반해 야드에 쌓는 작업이 한창이다.

반자동화터미널인 국내 터미널(부두)과는 달리 하역 현장에는 사람이라곤 눈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캐빈(조종실)에 기사가 없는 무인 안벽크레인(부둣가에 설치돼 컨테이너를 내리고 싣는 장비)이 선박의 컨테이너를 끄집어올리는 작업은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조정으로 이뤄진다.

기사가 운전하는 야드 트럭 대신, 센서를 장착해 스스로 움직이는 AGV 50대가 안벽과 야드 사이를 충돌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컨테이너를 야드까지 운송한다. AGV는 전기배터리로 움직인다.

버스로 부두 하역 현장을 둘러본 뒤 양산항 운영 주체인 SIPG(상하이국제항만그룹) 사무실(중앙통제실)에 들어섰다.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1인당 4대의 모니터를 주시하며 마치 게임 하듯 마우스를 만지작거린다. 무인 안벽크레인이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집게로 끄집어올리는 작업을 조이스틱으로 원격조정하는 작업이라고 현장 안내원이 소개했다.

안내원은 "(양산항은 항만 완전무인자동화 도입으로) 1000명이 하던 하역작업을 300명 정도가 한다"며 "유인터미널 대비 인력을 70% 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개장해 시범운영 중인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는 '항만 완전 무인자동화' 체제 도입 후 고장정지 등 없이 순항 중이다.

양산항은 선동, 관동, 4기 터미널 등 3개 터미널로 이뤄져 있는 데, 4기 터미널만 완전 무인자동화 터미널이다. 양산항 4기 터미널의 컨트롤 시스템은 SIPG와 중국의 다국적 엔지니어링 회사이자 세계 최대 크레인 및 대형철강 구조물 제조업체인 ZPMC가 공동개발했다.

■처리속도·물동량 아직은 미완성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에서는 올해 170만~18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할 예정이다. 당초 목표치인 200만TEU에는 조금 못 미친다.

ZPMC 장지안 부총재는 "양산항 4기 터미널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터미널"이라며 "(양산항 4기 터미널의) 보유 선석은 총 7선석(7만t급 2선석, 5만t급 5선석)으로, 단기적으로 400만TEU, 장기적으로는 630만TEU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는 앞으로 안벽크레인 26기, 야드크레인 120기, AGV 130대로 증설할 예정이다.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묻자 장 지안 부총재는 "작년 12월에 개장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1차 목표가 유인 터미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올해 최고 기록만 봤을 때는 시간당 45무브(move·컨테이너 박스 처리 단위)에 도달하는 등 자동화터미널의 효율성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에 있다. 내년 목표는 35무브"라고 덧붙였다.

2단계로 나눠 건설되는 양산항 4기 자동화부두는 아직 시설·인력 확충 과정에 있다. 양산항 4기 터미널의 현재 근무인력은 200여 명으로,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다. 완전자동화로 운영되다 보니 여성 근로자들도 눈에 띈다. 기존 유인터미널에 비해 그만큼 근무여건이 좋아졌다는 방증이다.

중국에서도 일반 항만 유인 터미널은 오전 7시 출근해 12시간 근무하다 보니 안벽크레인이나 야드 트럭 운전사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중국 항만 하역 근로자 소득은 상하이 평균 근로자 임금의 2배를 받지만 3~5년 근무 후 이직하는 비율도 높다.

중국은 국가정책, 친환경성, 근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11개 항만을 대상으로 스마트 항만 구축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해수부는 부산신항 2-5단계와 2-6단계를 완전 무인자동화 항만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일자리 감소 등 노동자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다.

SIPG 러쉰지에 부총경리는 "중국 항만에선 유일하게 양산항 4기 터미널에서만 5G 통신 시스템을 쓰는데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기 점검 때문에 완전자동화 터미널은 작동을 멈출 때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엔 "근무조를 나눠 검사하기 때문에 항만은 24시간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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