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급한 부산 의료 시스템] 4. '환자중심'으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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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눈높이에 맞춘 '환자 중심 병원'이 부산에 필요하다

부산지역 병원들이 수도권 환자 쏠림 완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환자들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사진은 해운대부민병원에서 환자 안전의 날에 의료진이 병동을 돌며 환자들에게 안전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모습.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환자들의 수도권 유출에 심각성을 느낀 부산지역 병원들이 의료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 환자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체질을 확 바꾸지 않고는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고객 만족 TF팀 구성 등
병원들, 의료 질 향상 나서
현장선 '아직 미흡' 목소리

친절 아직도 서울과 큰 차이
"설명 잘해주는 의사 필요"

■의료 서비스 개선 노력은 한다

부산지역 대학병원과 대형 종합병원에선 수도권 대형 병원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해 QI(Quality Improvement·의료 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아대병원은 최근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 직원 등으로 구성된 10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주제는 고객 중심의 진료환경 개선, 고객 순추천지수를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 외국인 환자 고객 만족, 고객 만족 경영을 위한 스마트 병원 만들기 등이다. TF팀은 3개월간 개선 활동을 진행해 7월 발표회를 연다. 허재택 동아대병원 병원장은 "병원의 모든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부분은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교직원 전체가 고객 만족 경영 필요성을 절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은 적정관리팀, 감염관리실, 이슈별 TF팀을 구성해 병원의 각종 의료 관련 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 우선 서울로 가는 환자 다수가 중증 질환도가 높은 환자이기 때문에 중환자실의 질 관리를 가장 우선해 챙기고 있다. 매월 '환자 안전 라운딩'도 하고 있다. 병실을 방문해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제안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은 표준화된 진료시스템으로 의료의 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매년 QI 경진대회, 환자 안전의 날 캠페인, 환자 안전 지킴이 같은 행사로 환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과 좋은강안병원은 의료 품질을 높여야 서울로 가는 환자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최근 적정 진료관리실과 감염관리실을 구분해 각 부서에 전문 간호 인력 전담 5명씩을 배치, 각종 지표 작성, 표준화 등에 대비하고 있다. 좋은강안병원은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건강검진센터를 확장 개소해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쾌적한 검진 환경을 마련했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팀장은 "지역 병원들의 노력에도 지역 환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미흡하다고 느낀다"면서 "지역 병원들의 체질 개선은 의료 기술 향상과 첨단 의료장비 도입은 물론 서비스 부문까지 미쳐야 한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자 눈높이 맞춘 의료서비스 절실

사실 우수 의료 인력 확보, 의료 기술 향상이나 첨단 의료장비 도입은 의료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중증 질환이 아닌 사소한 병에도 서울로 향하는 환자들은 단순히 부산의 의료기술이 떨어져서 서울로 가는 게 아니다. '환자 대우'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높은 비용을 내고 진료를 받는데, 홀대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지역 환자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결국, 기존 병원 시스템이 '병원(의료인)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병원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섬세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친절 서비스, 치료 과정의 투명화와 체계화, 병원 환경의 편의성, 환자 권리보장 등이 핵심이다.

모든 서비스의 기본인 '친절'에서 사실 지역 병원과 서울 병원 간 차이는 극명하다. 지역 병원 의료진이 서울보다 불친절하고 고압적이라는 점은 서울 병원을 경험한 지역 환자와 보호자 대부분의 불만이다. 병원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친절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병무 부산시 보건위생과 과장은 "설명을 잘 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서울지역 병원 의료진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반면 부산은 그렇지 못하다. 진료 과정에서도 투명하게 환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환자 참여형 간호·간병 서비스,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 계획과 경과 알림 문자서비스, 치료 후 전화 만족도 조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병원 환경의 편의성도 빼놓을 수 없다. 진료와 결제 대기 시간 허비, 미로 같은 병원 내 진료실과 검사실의 불편함 등을 해소하기 위해 간편한 모바일 앱으로 진료 예약과 결제, 위치 확인 등을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대기 환자들을 위한 충분한 휴식공간을 확보하는 등 환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절실하다. 환자 대기 시간과 이동 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 도입도 필요하다.

서울 출신으로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이제는 병원만 열면 환자가 몰리는 시대가 더는 아니다. 서울은 병원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부산은 아직 너무 평온하다"면서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 것이 아니라 작고 섬세한 것부터 신경 쓰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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