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개피떡'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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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이면, 등산길 어귀에 자리 잡은 살구나무는 슬슬 무서워진다. 매실로 착각한 등산객들이 풋살구를 따느라 가지를 꺾고 잎을 털기 때문이다. 덜 익은 살구를 청매실로 알고 따 간 사람들은 정성스레 설탕에 절여 만든 '풋살구청'을 매실청으로 알고 내내 음식에 넣어 먹거나 물에 타 마실 터.

잘못 안다는 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건 바로 저런 것이다. 엉뚱한 걸 옳은 것으로 철석같이 믿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이유다. 나이 들어 지혜롭지 못하고 제 고집만 세우면, 자식인들 좋아할 리가 없다. 말글살이 기반이 되는 언어도 마찬가지.

<'수요미식회' 태민 "…가자미 식혜 꽂혀">

인터넷에서 본 기사 제목인데, 본문에도 "최근엔 가자미 식혜에 꽂혀서 강원도에서 공수해서 먹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잘못이다. 우리나라에 '가자미식혜'라는 음식은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식혜: 우리나라 전통 음료의 하나. 엿기름을 우린 웃물에 쌀밥을 말아 독에 넣어 더운 방에 삭히면 밥알이 뜨는데, 거기에 설탕을 넣고 끓여 차게 식혀 먹는다. 요즘에는 전기밥솥을 이용해 밥알을 삭히기도 한다.

*식해: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 =생선젓.

쉽게 정리하자면, 식혜는 엿기름을 이용해 만드는 '음료'이고, 식해는 생선과 곡류로 만드는 '젓갈'인 것. 그러니 '가자미식해'라야 한다.

한데, 헷갈려하는 건 포털도 마찬가지다. 포털 '다음'의 한국어사전에서 '계피떡'을 찾으니 이렇다.

*계피떡: 흰떡, 쑥떡, 송기떡을 얇게 밀어 콩가루나 팥으로 소를 넣고 오목한 그릇 같은 것으로 반달 모양으로 찍어 만든 떡. 만든 뒤에 서로 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바른다.

한데, '개피떡' 뜻풀이는 또 이렇다.

*개피떡: 흰떡, 쑥떡, 송기떡 따위를 얇게 밀어 팥이나 콩가루로 만든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을 바른 떡.

그러면 '계피떡'과 '개피떡'이 동의어인가 싶지만, 아니다. 저 '계피떡'은 '개피떡'을 잘못 쓴 것. '계피떡'은 '계피(특히 계핏가루)를 써서 만든 떡'이다.('껍질을 벗긴 팥으로 고물을 한 시루떡'인 '거피떡'도 있다. '거피(去皮)'는 껍질을 벗긴다는 말.) 알고 보면 잘못 쓴 계피떡이나 가자미식혜가 바로 우리 곁의 풋살구청이었던 것.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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