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안전보다 팀 평가 우선… 소방훈련,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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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소방본부가 실시한 종합전술훈련을 받은 소방관이 사망한 사건(본보 14일 자 11면 등 보도)을 둘러싸고 종합전술훈련에 대한 일선 소방관들의 질타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혹독한 훈련 강도에 대한 비판은 물론 훈련과정에서 교육생들에 대한 지나친 인격 모독이 있었다는 증언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쏟아지면서 부산소방본부의 훈련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 부산진소방서 소속 소방장 A(45) 씨가 자신의 집 거실 소파에서 의식을 잃고 숨져 있는 것을 A 씨의 가족이 발견했다. A 씨는 숨지기 이틀 전인 8일부터 10일까지 부산소방본부가 진행한 '서 단위 종합전술훈련'에 참가했다. A 씨는 훈련을 마치고 귀가한 직후 숨진 것으로 보인다.

훈련 직후 사망한 소방관 
무리하게 참가 사실 드러나 
훈련 방식 변화 요구 봇물
"교관들 인격 모독" 지적도

'서 단위 종합전술훈련'은 올 3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소방본부가 구조대원들의 사고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훈련으로, 이론 훈련(1일)과 실전 훈련(2일) 등으로 이뤄졌다.

A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소방본부 홈페이지에는 훈련에 참가했던 부산소방본부 소속 대원들의 항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원들은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팀 훈련이란 명목 아래 고강도 훈련이 거듭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훈련에 참가한 한 소방관은 "훈련 당시 몸에 한계가 와도 팀원 전체가 재훈련을 받을까 두려워 끝까지 훈련을 받은 동료가 있다"며 "고강도 훈련을 받는 동안 건강 상태가 안 좋더라도 혼자서 빠지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훈련 기간에 안색이 좋지 않던 A 씨는 동료들이 휴식을 권했지만, 팀원들이 자기 몫까지 맡는 것을 염려해 훈련을 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원들은 "훈련 과정 중 교관들의 인격 모독을 넘어선 하대와 모욕이 있었고, 골프채를 들고 거들먹거리기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 소방관은 "훈련 과정에서 교관들이 참가자들에게 윽박지르고 모욕을 주는 장면을 보며 사명감이 아닌 모멸감을 느꼈다"며 "훈련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평가를 위한 훈련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서 단위 종합전술훈련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훈련 중 하나"라며 "대원들의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또 "교육 초기 막말 논란이 제기된 해당 교관들을 배제한 채 교육을 진행했고, A 소방장의 사망 이후 공식 훈련을 일시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14일 오전 숨진 A 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최강호 기자 che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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