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터미널 매출 1조 돌파 '씁쓸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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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지난해 처음으로 총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1978년 부산항 자성대부두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이 조성된 지 40년 만이다. 하지만 투입 비용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항 신항 5개, 북항 3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종합한 총매출액은 1조 152억여 원으로 2016년 9721억 원보다 4.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터미널 40년 만에 달성
물동량·매출 늘었지만
투입 비용 비해 성과 저조

운영사 간 과당 경쟁으로
중국보다 싼 하역료 문제
부가가치 창출 발등의 불


지난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47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보다 5.22% 늘었다.

이런 양적인 성장에도 그동안 투입된 천문학적인 항만 기반시설 조성 예산과 하역 장비 구입비, 4500명이 넘는 하역 인력 등을 감안하면 매출액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항 신항 기반시설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만 16조 7000억 원에 이른다.

항만업계에서는 해외 경쟁 항만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하역료를 저조한 매출의 원인으로 꼽는다.

터미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북항은 TEU당 4만 원대, 신항은 5만 원 초·중반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반면 일본은 20만 원, 미국과 유럽은 30만 원대에 이르고, 중국 주요 항만조차 물동량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수출입 화물 하역료가 6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최대 4020만TEU를 처리한 중국 상하이항 물동량 중 환적화물은 7%뿐"이라며 "수출입 물량 하역료는 적정가격을 책정해 매출을 올리고, 매출 영향이 미미한 환적화물 하역료는 낮게 책정해 부산항 등 인접국과 환적화물 유치 경쟁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2년 사이 상황도 좋지 않았다. 한진해운 파산과 해운동맹 재편 속에 물동량 유치를 우선 목표로 삼다 보니 덤핑 경쟁이 벌어졌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신항 개장 이후 북항과의 '물량 나눠먹기'와 덤핑 경쟁이 꼽힌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운영사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터미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사를 통합해 선사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며 "한진해운을 대체할 국적 해운선사를 키워 하역료 현실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부산항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운영사는 신항 2부두를 운영하는 부산신항만(PNC)으로 2533억 원이었다. PNC는 6개 선석을 보유해 부산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터미널이다. 매출액 2위 운영사는 2016년 11월 북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를 통합해 출범한 부산항터미널(BPT)로, 매출액 1761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항 4부두 PSA현대부산신항만(PSA HPNT) 1277억 원,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 1112억 원 순이었고,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과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은 1096억 원으로 매출액이 같았다. 이어 북항 자성대부두 허치슨부산터미널(HBCT) 877억 원, 신감만부두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 442억 원 순이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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