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대안 '사회적 기업'] 생산을 위한 고용이 아니라 고용을 위한 생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예비 사회적기업 ㈜담아요의 엄미선 대표가 제품 만드는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부산디자인센터 제공

'빵을 팔려고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려고 빵을 파는 기업'. 사회적기업의 특성을 명징하게 나타내는 문구다. 인류는 그동안 두 번의 커다란 실패를 겪었다. 정글 법칙이 난무하는 수탈적 자본주의를 벗어나려고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으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20세기 말 동구권 몰락은 개인의 이익 추구라는 본능을 무시한 계획경제체제의 무력함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번성한 신자유주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추구한 방식의 폐해는 결국 사회 양극화를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허구적 기호가 상품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것이 바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영리기업의 경제활동을 통해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가치 실현

양극화·고실업 등 현 사회 문제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

정부·지자체의 지원 제도 다양
창업 때 '육성사업' 참여 추천

이제 우리는 다른 방향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봉착한 상태다. 사회적 시장주의, 사회적 경제 기업 등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정책 중 하나인 사회적기업의 모습을 살펴본다.

■고용과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

부산 시민공원과 연지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담아요'(대표 엄미선). 이 회사는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거나 친환경 농가와 협약을 맺어 수제청과 수제건강식초 등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재료이기에 소비자에게 바른 먹거리를 판매한다는 긍지를 가질 만하다. 농가들도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특히 취약 계층의 직원들을 고용해 경제적 약자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담아요의 제품
이 업체가 바로 사회적기업의 한 사례다. 물론 '㈜담아요'는 올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으므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에 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24일 열리는 '2018 한국 사회적기업 페스티벌'에서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되면서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 회사뿐 아니라 사회적기업 자체가 양극화, 고실업 등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도 지난해 사회적기업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때 나온 사회적 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총괄한 개념이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지원도 활발하다. 부산의 경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부산지역 8개 공공기관이 지난 2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부산지역 15개 사회적 경제기업에 4억 9000만 원을 전달했다. 부산 사회적 경제 지원기금은 캠코와 기술보증기금, 예탁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산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회적 경제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5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공적 기금이다.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중요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개념이다.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목적을 영리기업의 경제활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달성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그들에 대한 사회 서비스 확충을 경영 목표로 삼는다. 이를 기반으로 재화나 서비스, 생산, 교환, 소비, 분배 활동을 통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유형은 일자리 제공형과 사회서비스 제공형으로 나뉜다. 일자리 제공형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말 그대로 사회서비스 확충을 그 기업의 가치로 둔다. 이 두 가지가 합해진 것이 혼합형이고, 그밖에 지역사회공헌형, 기타형이 있다. 유형에 따라 취약계층의 고용비율, 정책 지원비 등이 결정된다.

사회적기업은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친다.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예비 사회적기업에 대해 상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기간은 3년이다.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수익구조 등 요건을 보완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하기 위해 지정한다. 중앙부처장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적으로 해당 업체를 지정하는 것을 부처별 예비 사회적기업이라고 부른다. 절차는 공모와 신청·접수, 심사·선정, 지정 순이다.

■지원기관 도움받으면 진입 용이
부산디자인센터 해운대기술교육원의 예비 사회적기업 창업 컨설팅.
예비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개인적으로 공모에 응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란 쉽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선 그 초입에 마련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게 좋다. 창업 열정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도 그중 하나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 창업 공간과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 예비 사회적기업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부산에선 부산디자인센터 해운대기술교육원(051-745-3203), 사회적기업연구원(051-504-0275), 부산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051-510-0941) 세 곳에 문의하면 된다.

지난해 부산디자인센터와 사회적기업연구원에서 지원 육성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창업팀은 각각 7곳과 19곳이다. 창업팀 중 기관별로 2개 팀이 '2018 한국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가톨릭대는 올해부터 사업적 기업가 지원 육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사회적 기업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등을 열거나 지원한다. 오는 9월께 열릴 '2018년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여는 행사다. 이 대회에 참가해 수상한 팀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과 연계하는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예비 사회적기업은 경영, 전문인력 채용, 2년간 인건비, 사업개발비 등을 지원받는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 공공기관 우선 구매, 시설비, 세제, 사회보험료, 3년간 인건비 지원이 추가된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