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정희의 '담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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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정희.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숨을 곳이 없다고 말하죠. 그만큼 연주자의 기량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연주자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몇 곡은 있죠. 그런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좀처럼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연습량은 기본이고 도전하는 기간 내내 몰입해야 하기 때문에 마치 구도자의 자세로 임합니다. 지난해 6월 시작해 전체 3년 반 동안 오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빠져있게 되겠네요."

지난해 6월 첫 연주회를 시작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정희(동아대 조교수). 부산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 작업을 두고 박 교수는 '수행' '구도자'라는 단어를 쓸 만큼 무척 진지했다. 2일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두 번째 도전에 나선 박 교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베토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작년 6월 이어 두 번째 공연

구도자의 수행 자세로 준비
악보 외워서 총 8회 연주
2020년 대장정 마침표 예정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의 초기부터 중기 말기까지 평생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청각 장애를 지닌 베토벤이 불굴의 의지로 완성한 곡이기에 결국 베토벤 인생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베토벤에 대한 깊은 이해와 끈기가 없으면 시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겁도 나고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작업을 끝낸 후 한층 성장해있을 피아니스트 박정희를 생각하며 도전에 나섰습니다."

2일 연주회에선 베토벤 소나타 11번과 12번, 13번과 14번이 연주된다. 14번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월광소나타'이다. 박 교수는 곡 번호 순서대로 구성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32개의 소나타 중 곡의 분위기와 조성을 고려해 곡목을 정한다.

박 교수는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모두 외워 연주한다. 아예 악보를 준비하지 않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체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도 건반 위에 손을 올리면 몸에서 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흘러나와 연주를 해서 관객에게 베토벤의 감동을 전하고 싶단다.

"40대 중반에 시작해 전곡 연주가 끝나면 40대 후반이 돼 있을 것 같아요. 60대 중반에 다시 한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우선 지금 하는 도전을 정말 제대로 잘 끝내고 싶습니다."

박 교수는 전곡 연주를 위해서는 8번 정도의 연주회를 예상한다. 올해 10월에 세 번째 연주회를 가진 후 내년에 3번 정도 연주회를 열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에 부산과 서울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마지막을 장식할 계획이다. ▶박정희 피아노 리사이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Ⅱ'=5월 2일 오후 7시 30분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 인터파크 예매. 051-442-1941.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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