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 정상회담] 산책과 기념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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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다리 벤치에 마주앉아 30분간 사실상 '단독 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공개된 장소인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30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 사실상의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에서 먼 거리이긴 하지만 언론의 카메라와 수행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만의 대화를 나눴다. 다양한 손짓과 간간이 웃음을 띤 대화는 끊이지 않고 30분 동안 이어졌다. 순간순간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해 그 대화 내용에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 근처서 
배석자 없이 내밀한 대화
손짓·웃음 속 심각한 표정도

앞서 '소떼길'서 공동 식수
평화·번영 상징 소나무에
한라산·백두산 흙 함께 뿌려

도보다리는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건설한 다리다.

두 정상은 오후 4시 36분께부터 우리 측이 새로 단장한 도보다리를 나란히 걸어 다리 끝에 있는 101번째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함께 살펴봤다. 이후 표식물 근처 벤치에서 원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1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로 마주 앉아 오후 4시 42분부터 5시 12분까지 30분간 대화를 했다.

김 위원장은 북측 사진기자가 근접 촬영을 시도하자 자리를 비켜 달라며 손짓을 하기도 했다. 멀리서 촬영한 생중계 카메라에는 요란한 새 소리만 담겼다. 두 정상이 그만큼 내밀한 대화를 나눈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남북 정상이 배석자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도보다리가 '평화, 새로운 시작'의 역사적 현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후 4시 30분 두 정상은 판문점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 소나무를 심는 공동 기념식수 행사도 했다.

준비위는 "남북 정상이 정전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었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었다"며 "군사분계선이 갈라놓은 백두대간의 식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함께 심은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이다. 반송은 땅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자라는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또 나무를 심은 소떼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고향으로 소 1001마리를 끌고 방북했던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 옆 잔디밭 길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직접 삽을 들고 흙을 떴다. 공동 식수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서 사용했다. 식수 후에는 문 대통령이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이 한강 물을 각각 뿌렸다.

'합토합수'(合土合水)를 통해 남북 평화와 화합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판문점공동취재단·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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