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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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한국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

우리는 대통령이 엄중한 외교안보부터 화재사고, 돌봄교실까지, 국무총리가 전체국정부터 수도권 쓰레기대란, 강남집값까지 챙기는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로부터 수직적 하청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합리적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지방분권개헌안에서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세 가지 내용을 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대통령개헌안은 지방분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 같지만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 조항을 숨겨 놓아 중앙집권을 사실상 정당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헌안에 지방분권국가를 국가운영방향으로 선언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을 변경한 것, 자치분권회의 신설, 조례입법권의 범위를 '법령의 범위 안에서'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것만 보면 전향적으로 지방분권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세부항목에 있다.

지방자치권의 핵심권한은 자기결정권인 조례입법권이다. 조례는 시·도, 시·군·구 의회가 관할구역에 적용하는 법규범이다. 개정안은 국회나 정부가 법률로써 얼마든지 조례를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보다도 현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서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을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임에도 오히려 헌법에서 법률위임을 규정하여 자치입법권을 무력화하였다. 지방세는 국민이 아닌 주민의 자격으로 부담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국회가 정한 법률이 아니라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정한 조례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개헌안은 지방세조례주의를 정하면서도 기본사항을 법률로 정하게 하여 중앙통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시·군·구에 우선 사무배분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헌법에 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사회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사회적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행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중앙정부가 법률로 사무를 선점하고 배분하도록 함으로써 보충성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다. 사무배분규정은 한 조항 내 이율배반적인 사항을 담고 있어 개악이 되고 말았다.

이 외에도 지방정부의 자주조직권을 조례로 정하게 하면서도 기본사항을 법률로 정하게 하고 있어 지방정부를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행사하도록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입법권을 국회와 지방의회가 행사하도록 하지 않고 국회주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국회도 국가를 대표하여 인구비례로 선출되는 하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두어 수도권 과대표를 완화하고, 양원이 상호 입법경쟁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상원신설이 누락되었다. 감사원 감사대상기관에 지방정부를 포함시킨 것, 대법원의 행정입법 규범통제 대상에 조례를 포함시켜 조례가 의회입법이 아니라 행정입법이라는 억지논리를 헌법에 반영한 것은 후퇴한 규정이다. 이는 국회와 지방의회가 국민과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특히 지방4대권력기관에 대한 주민통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국민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대통령개헌안 중 중앙집권과 중앙통제를 정당화하는 독소조항을 뺀 개헌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시민사회학계의 기대에 부합해 줄 것을 기대한다. 소멸되어 가는 지방을 살려 선진국으로 가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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