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 그친 네이버 조치, 댓글장사 금지법 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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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드루킹 사건'으로 불거진 댓글 조작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정책 개편안은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나 시늉에 그쳤다. 개편안 가운데 기사 하나당 댓글 수를 3개로 제한한 것은 네이버 ID가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댓글에 다는 공감 횟수 제한과 연속 댓글 작성 때 시간 간격을 늘린 것도 여론조작을 조금 어렵게 만들지만 시간차를 인지하고 우회하는 매크로가 이미 국내로 유입 중이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네이버는 한국신문협회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포털사이트 기사 클릭 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야 고수익이 나는 지금의 댓글 시스템을 바꿔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스스로 해 보라는 요구는 기업 생리상 처음부터 실현되기 어려워 보였다. 결국 댓글 조작하기 좋은 환경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드루킹은 "여론이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라고 했다. 조직적으로 공감을 많이 받아 만들어진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왜곡해 왔는데도 문제의 댓글 정렬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만 하니 바꿀 의지가 없는 것이다. 댓글 조작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진보나 보수 특정 진영의 문제도 아니었다. 뉴스에 달린 댓글, 특히나 베스트 댓글을 네이버가 지금처럼 기업 영리추구의 관점으로만 생각한다면 제2, 제3의 드루킹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자정 노력이 이 정도라면 바로 법적 규제에 들어가는 게 맞다. 야당들이 잇따라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악성 댓글 차단의 책임을 포털에 부여하는 댓글조작방지법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네이버처럼 독점적인 뉴스 서비스 플랫폼은 앞으로도 조작하고 싶은 최고의 타깃이다. 거대 공룡 네이버가 그 영향력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은 댓글장사 금지법으로 네이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머리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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