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취미 스터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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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스터디 스터디장 박진수 씨가 지난달 수영구 한 공방에서 맥주스터디를 하고 있다. 박진수 씨 제공

부산대에 재학 중인 박진수(27) 씨는 맥주 스터디 모임 스터디장이다. 맥주 스터디는 맥주 마시는 것을 넘어 맥주를 공부하고 직접 만드는 스터디다. 집에서 인터넷, 책을 뒤지며 다양한 맥주를 혼자 만들어 마셨지만 한 번 만드는 데 재료비, 숙성비로 10만 원 이상이 들어가 홀로 하는 취미는 박 씨에게 큰 부담이었다. 스터디에는 올해 초부터 10명가량이 모였고 수영구 남천동 공방을 빌려 독일식 밀맥주, 초콜릿 맥주를 직접 만들고 있다.

경성대 4학년 취업준비생 김호준(26) 씨는 토익 스터디와 함께 자전거 스터디를 같이 한다. 1주일에 1~2차례 저녁에 모여 수영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모임의 전부다. 가입비나 의무 참석 같은 동아리의 부담스러움이 없다는 것이 김 씨가 취미 모임을 하는 이유다.

취업·자격증 공부 아닌
맥주 만들기·피아노 배우기…
동아리 부담 없는 소모임 인기

박 씨가 스터디에서 만든 수제맥주.
대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공부하는 그룹 스터디가 취업 목적의 자격증 따기 등을 넘어 취미로 확대되고 있다. 24일 현재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 마이피누 마이파티(소모임) 게시판에 올해 올라온 게시글 490개 중 97개가 취미 스터디를 구하는 글이다. 취미의 종류는 롱보드 타기, 꽃꽂이 체험, 피아노 같이 치기부터 코인노래방, 보드게임방 같이 가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경성대, 동아대 등의 학생 커뮤니티에도 취미 스터디를 구하는 글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스터디를 모집하는 사람이 SNS 아이디, 전화번호를 올리면 채팅방 등을 만들어 약속장소를 정해 활동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대학가의 취미 스터디 열풍은 가성비를 따지는 대학생들의 세태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동아대 윤상우(사회학과) 교수는 "청춘들이 외로움, 취업 압박 속에서 손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취미 스터디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황수경 대학생인턴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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