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활용 쓰레기 대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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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재활용 수거업체가 2018년 4월 말부터 32개 아파트단지로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 쓰레기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지역 쓰레기 대란이 시작됐다. 대학가 앞 원룸 밀집 지역이 폐기물 가격 폭락으로 인해 폐비닐과 페트병, 스티로폼 등의 수거 거부 사태에 직면했다.

17일 오후 2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한 원룸 앞. 지난주부터 분리배출함이 아예 사라진 이 원룸 앞에는 페트병과 스티로폼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학생들은 페트병을 비롯해 모든 재활용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했다. 이 원룸에서는 플라스틱과 페트병을 분리 배출해도 수거 업체에서 가져가지 않자 지난주부터 학생들에게 모든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폐기물 가격 폭락 여파
대학가 앞 원룸 밀집지역
'수거 거부 사태' 현실화
업체 "인건비도 안 돼 포기"


종량제봉투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학교나 인근 지하철 역에 재활용품을 몰래 버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대학생 김정연(21) 씨는 "박스나 페트병 같은 재활용 쓰레기를 담으면 종량제봉투가 바로 다 찬다"면서 "봉툿값이 부담스러워 학교에 쓰레기를 가져가 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뜩이나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의 기피 지역으로 꼽히는 원룸 밀집 지역은 폐기물 가격 폭락의 여파를 가장 먼저 겪고 있다. 경성대 앞 원룸·오피스텔의 폐기물을 수거해 가는 부산 남구의 한 재활용 업체 대표는 "원룸은 아파트와는 달리 분리배출함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이 버리는 쓰레기도 많아 닭 뼈, 비닐 등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원룸 폐기물은 다시 일일이 선별 작업을 해야 하는데 폐기물값이 턱없이 낮아진 요즘은 인건비도 안 나와 그냥 포기해 버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정구 장전동, 남구 대연동 등 대학가 앞 원룸 밀집 지역에는 최근 생활 쓰레기 미수거 알림 스티커가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다.

금정구의 한 원룸 관리인 장 모(44) 씨는 "아파트는 부산시가 업체를 설득해 수거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을 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원룸은 완전히 사각지역에 놓여 있어 쓰레기 대란을 피할 길이 없다"고 푸념했다.

조소희 기자·이혜원 대학생인턴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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