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필요한 문화회관 공연장, 부산 대표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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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연주자들의 부산 공연을 진행한 부산 기획자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연주용 피아노가 낡아 공연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공연 후 서울 연주자들이 기획비와 대관비를 깎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피아노 듀오 공연을 위해 두 대의 피아노가 필요한데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사진)의 피아노 두 대 중 한 대는 페달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연주자들은 이 상태로 공연을 할 수 없다며 실랑이를 할 정도였다. 시간이 급해 어쩔 수 없이 공연은 진행됐지만, 결국 부산 기획자는 대관부터 팸플릿, 홍보, 공연 진행까지 고생만 실컷 하고 제대로 비용을 받지 못했다. 이 기획자는 "무엇보다 서울에서 내려온 연주자들이 부산을 대표하는 공연장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말하는데 자존심이 상했다"고 고백했다.

클래식 공연장 '챔버홀'
연주자 전용 화장실 없어
실제로 요강 챙겨오기도

관리 안 된 중극장 피아노
선불제 주차장도 불만 높아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던 연주자들은 "중극장의 세컨드 피아노는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식이 오래된 것보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이 문제이다. 대극장 피아노는 새것이지만 관리가 안 돼 유명 피아니스트가 조율문제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문화판에선 최근 들어 부산문화회관의 시설과 관리 부실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게 부산의 대표 공연장이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개관한 챔버홀은 아직도 연주자를 위한 화장실이 없다. 공연 전 집중해야 할 연주자가 결국 관객들과 섞여 화장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심지어 어떤 연주자는 챔버홀 공연에 요강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임신한 한 연주자는 화장실 때문에 미리 대관해 둔 챔버홀 공연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주차에 대한 불만도 높다. 특히 주말 공연의 경우 주차난은 심각하다. 실제 지난 7일 중극장과 챔버홀은 오후 5시 공연이 있었는데 오후 2시부터 주차장은 거의 만차 상태였다. 더욱이 주차장 선불 시스템 때문에 주차비를 지불하느라 줄지어 기다려야 했고 이로 인해 공연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주차장이 부족한 것은 맞다. 하지만 공연이 많을 때는 인근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문화회관 주차장은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을 최우선 배려해야 한다. 선불제가 아니라 후불제로 변경해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은 주차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연 목적이 아니고 주차를 했다면 그만큼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회관 시설 부족에 대한 지적에 부산문화회관 조요한 본부장은 "중극장의 피아노 한 대가 낡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수리를 맡길 생각이다. 챔버홀은 국제회의장을 개조하다 보니 연주자를 위한 화장실을 만들지 못했다. 공공기관이라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개선하려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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