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의 서재] 길 위에서 만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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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한윤섭

서찰을 품고 길을 떠나는 한 소년이 있다. 슬프고 위태로우며 가슴 뭉클한 울림이 있는 여정이 소년을 기다린다.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스님의 부탁으로 서찰을 전하려 전라도로 가는 길이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는 죽고, 소년은 전쟁터와 다름없는 위험한 전라도로 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소년은 정확한 목적지도, 서찰의 주인도 모른다. 단서는 서찰뿐이다. 서찰에는 열 자의 한자가 적혀 있다. 소년은 한자를 알 만한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두세 자씩 뜻을 알아냈다.

어느 날 서찰의 주인과 목적지를 알게 된 소년에게 천주학 어른이 말했다. "네 얼굴에 처음으로 행복이 보이는구나." 행복, 이미 소년이 아는 말이었지만 지금껏 그 말은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행복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오롯이 소년의 것이 되어 찾아든 순간이었다.

소년은 늙은 뱃사공에게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이야, 행복하다는 말…. 난 칠십 평생을 살면서 그 말이 양반의 것인 줄 알았다. 네가 그 말을 쓰는 것을 보니 동학농민군의 말처럼 좋은 세상이 오려나 보다."

동학농민군이 원했던 좋은 세상은 좌절됐다. 1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행복이라는 말은 누구나 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회적인 차원의 정의로운 행복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 중이다.

한윤섭 작가가 들려주는 정봉준의 마지막과 소년이 부르는 약이 되는 노래와 그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또 다른 감동을 남긴다. 봄날, 소년을 따라 책속으로 여행가는 건 어떨까.


한아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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