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삼촌"이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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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온 가족이 처남댁에 모여서 잔치를 벌였다.'

어디에선가 본 글인데, '처남댁'을 잘못 썼다. 표준사전을 보자.

*처남댁(妻男宅): 처남의 아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주로 손아래 처남의 아내를 이르거나 부른다.(아내는 처남댁에게 사 가지고 온 성냥과 과자를 내놓으며 웃고 있었다.<하근찬, 삼각의 집>)

'처남댁'은 처남의 아내를 가리키는 지칭어이자 부르는 호칭어일 뿐,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 처남댁에 모이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백번 양보해서, 처남이 사는 집을 높여서 부른 것이라면 '처남 댁'으로 띄어서 써야 한다.)

'"삼촌"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삼촌은 촌수이지 호칭이 아니다. '삼촌, 외삼촌'이 호칭이라면 아버지는 일촌, 형은 이촌이라 불러도 괜찮은가.'

요즘도 종종 볼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젠 맞지 않는 말이요, 흘러간 옛 노래다. 1999년 처음 찍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엔 삼촌이 '아버지의 형제. 특히 결혼하지 않은 남자 형제를 이른다'고 풀이돼 있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2011년 펴낸 <표준 언어 예절>에서 '아버지의 남동생을 부르거나 이르는 말'로 새로이 규정했다. 삼촌을 부르는 말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이제는 표준사전 뜻풀이도 이렇게 바뀌었다.

*삼촌: ①아버지의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특히 결혼하지 않은 남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른다.(고모는 할머니 못지않게 삼촌의 귀환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윤흥길, 장마>) ②방계로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백부모·숙부모 또는 형제의 자녀와의 촌수.

그러니 이제는 이를 때뿐만 아니라 부를 때도 쓸 수 있는 말인 것. 이뿐만이 아니다.

*외삼촌: 어머니의 남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작은삼촌: 둘 이상의 삼촌 가운데 맏이가 아닌 삼촌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큰삼촌: 둘 이상의 삼촌 가운데 맏이인 삼촌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표준사전은 이렇게 다른 여러 '삼촌'도 호칭어로 쓸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러니 이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써도 된다.

세상이 변하듯이, 말도 변한다. 그러니 '예전에는 이랬는데…'는 소용없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말도 '지금, 여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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