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오해와 편견' 벗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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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강국진

북한 전문가 박한식 교수는 <선을 넘어 생각한다>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해 편견이나 닫힌 마음, 즉 마음속 '경계 짓기'를 하지 않는다면, 통일은 저 멀리에 있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뒤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요즘처럼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까. 이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우리는 북한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북한 전문가 박한식 교수가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오해와 편견 벗겨내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박 교수는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의 방북을 중재했으며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北 붕괴론은 대표적 편견·착각
경제 봉쇄는 독재 더 강화시켜"
북한 전문 교수의 통일 이야기

박 교수는 남북관계를 망친 대표적 편견이 '북한 붕괴론'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곧잘 북한에 대해 잘 아는 체하며 '북한은 곧 붕괴될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북한을 제대로 모른다'고 나무란다. 제대로 알지도 모르면서 붕괴될 거라니….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 빠르면 사흘, 늦어도 3년 안에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김정일 사망 때도 비슷한 관측이 나돌았다. 고위급 인사의 탈북, 잦은 숙청과 처벌이 붕괴의 징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수만 명이 아사한 1990대 '고난의 행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김정은이 암살된다고 해도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을 거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시각이다. "어떤 정치 체제도 단순히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붕괴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역설적이지만 독재국가에서는 외부의 압력으로 경제가 어려울수록 독재는 더 잘 이루어진다. 카다피(리비아)나 후세인(이라크) 정권이 무너진 것이 경제 봉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 교수의 말이다. 북한은 곧 붕괴할 거라는 착각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는다. "북한이 어차피 곧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면 굳이 품을 들여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런 믿음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퍼져서 심지어 누구보다 냉철해야 할 외교정책 결정자들의 눈까지 흐려 놓았다."

문제는 편견은 편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잘못된 정치적 주장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는 위험한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책은 북한 지도자를 '미치광이'로 바라보는 시각도 비판한다. 김정은은 '미친놈'이며 그를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논리는 대상이 김일성,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뀌었을 뿐 과거부터 익숙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북한 비핵화이다. 과연 남북한 정상들의 대화, 김정은과 트럼프의 대화로 비핵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북한이 안전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국제 사찰을 받고, 핵 개발에 대한 야망도 포기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데 남과 북이 굳이 하나가 될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에 박 교수는 "이렇게 통일 없이 이웃으로 지내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그 이유는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단된 상태에서는 남북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박 교수는 무엇보다 대북정책은 진보와 보수,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원칙과 전략을 세워서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또 남과 북이 책임감을 가지고 '직접' 대화하고 협력하며 분단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으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남과 북이 동질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질성을 포용하는 게 급선무라고 얘기한다. 이질성을 용납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낙인을 찍고 사상 검증을 하는 일이 늘어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질성을 수용하면서 통일에 다가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통일헌법을 작성하고 미국의 연방제나 유럽연합 등의 경험을 참조해가며 남북 개별 정부와 통일정부가 병존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의 말은 힘있고 단호하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 어쩌면 통일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님을 느낀다. 북한에 대한 편견만이라도 거둬내는 게 통일을 향한 첫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한식·강국진 지음/부키/320쪽/1만 68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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