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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참견錄 2018-브뤼노 레키야르의 '단편들'에서 전시 중인 '삼광사'. 사진=고은사진미술관 제공

해운대와 중앙동, 금정산과 감천문화마을 등 부산 곳곳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컬러와 흑백 사진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양한 사이즈의 출품작 수만 무려 133점. 프랑스 사진가 브뤼노 레키야르(사진)가 작업한 부산의 '단편들(Fragments)'이다.

고은사진미술관(관장 강홍구, 부산 해운대구 우동)은 오는 5월 30일까지 브뤼노 레키야르의 '단편들'을 개최한다. 레키야르는 이 미술관의 연례기획인 '부산 참견錄(록)'의 2018년 작가로 선정됐다. '부산 참견錄'은 매년 한국의 중견 사진가 중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고은사진미술관 기획전
브뤼노 레키야르 '단편들'
컬러·흑백 사진 133점 전시


레키야르는 2013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외국인 작가로는 처음 선정돼 2017년 1월과 10월 꼬박 두 달을 부산에 머물려 도시 곳곳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그는 2016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공식행사로 이 미술관에서 '브뤼노 레키야르, 형태의 시'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가진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고은사진미술관과 바로 옆에 위치한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레키야르가 부산에서 발견한 몇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거리의 바닥'과 '자연의 풍경', '도시의 거리와 집'과 '사찰' '사람' '바다' 등 부산의 각 요소는 서로 유사한 형태나 비슷한 빛깔로 조응한다. 사소해서 누구나 그냥 지나칠 법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레키야르의 시선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익숙한 사물의 도식화와 상투성에서 벗어나 모호하고도 낯선 감각에 몸을 맡기게 만든다.

여기에 레키야르가 포착한 부산의 색(色)인 노랑색과 파란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칠해진 가벽과 벽면이 더해지면서 전시장은 마치 축소된 부산을 보여주듯 구성된다. 산과 바다 등 자연으로 둘러싸인 부산처럼 공간이 나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교차되고 있는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은 각기 다른 비전을 갖는다. 전자가 형태와 구성을 통해 레키야르가 포착하고자 하는 의미의 정확성을 드러낸다면, 후자는 색채의 섬세함과 형태의 앙상블로 의미의 다양성을 암시한다. 

'해운대'.
레키야르는 "부산은 단순한 작업의 소재가 아니었다. 놀라운 색채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다양한 형태와 의미들이 뒤섞여 공존하는 도시"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 참견錄'을 진행하면서 첫눈에 자신을 사로잡은 부산의 분위기와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자신의 감각을 통해 부산에 대한 관조와 사색을 이끌어내는 것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았다고 한다.

고은사진미술관 측은 "여러 겹의 부산과 그 틈 사이를 보여주는 레키야르의 작업은 우리가 부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부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부산 참견錄 2018-브뤼노 레키야르 '단편들(Fragments)'=5월 30일까지(월요일 휴관)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051-746-0055.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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