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에 맞춤한 미세먼지 대책 나와야 한다
"숨 좀 쉬고 살자"는 말이 은유가 아니라 직유가 된 세상이다. 미세먼지의 습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재앙은 점점 더 노골적이다. 마스크조차 사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치명적인 현실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공기마저도 빈부 격차가 작동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미세먼지는 그 특성상 중국발 요인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대기 환경, 그리고 국내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정부가 오염 원인국인 중국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건 국민의 당연한 요구다. 컨트롤타워를 청와대로 격상해 범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도 미세먼지 저감에 큰 영향을 끼칠 민간 차량 강제 2부제를 포함한 미세먼지특별법을 더는 미루지 말고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중국 탓만 하거나 정부에게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부산에서도 줄일 수 있는 건 줄여야 한다. 현실은 미덥지 않다. 뒤늦게나마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해 다행이긴 하지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마스크 하나 지급하지 않은 구청의 행태에서 그 둔감함이 읽힌다. 부산 업체가 미세먼지 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광촉매 보도블록을 개발했지만, 정작 부산에선 외면당했다는 보도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결정적으로 해양도시인 부산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특별한 오염원이 존재한다. 선박 원료로 사용되는 벙커C유가 그것인데, 그 탓에 부산은 '세계 10대 초미세먼지 오염 항만'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그런데도 부산지역 미세먼지의 주요 오염원인 선박 배출가스를 원천 차단하는 설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국 주요 항만에서는 진작에 의무화됐다는 걸 고려하면 안일한 대처다.
미세먼지 대책은 모든 자원을 동원한 총력전이 돼야 한다. 당면한 대책부터 근원적인 처방까지 나와야 한다. 누락된 다른 오염 배출원이 없는지 깐깐하게 챙겨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기 행정도 당연히 나와야 할 대책이다. 시민도 더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짐을 나눠서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