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국여성민우회, IMC게임즈 '페미니즘 사상검증' 규탄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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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한 게임업체 대표가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여성민우회가 입장문을 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7일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우회는 "게임제작사 대표 김학규는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사 직원이 '여성민우회와 같은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이유'를 추궁한 면담 내용을 공식적으로 게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라며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는 자사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여성 원화 작가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게임 유저의 항의에 따라 작가를 면담한 내용을 26일 게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작가 A씨가 여성민우회 등 계정을 트위터에서 팔로했고 '한남(한국남자의 준말)'이라는 말이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부분이다.

게임 유저들은 여성민우회 등 계정을 팔로한 것과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말인 '한남'을 사용한 것은 '메갈리아'로 대변되는 '변질된 페미니즘'에 동의한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대표는 "담당자가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것이 곤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사자 면담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 계정을 팔로한 이유를 물어보면서 고용(같이 일하는 것)을 운운한 것에 대해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트윗을 리트윗한 것조차 문제 삼을 정도로 반페미니즘이 게임업계에 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을 내고 "IMC게임즈는 여성들의 신념과 사상을 고용을 빌미로 검증하고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사상 전향까지 강요하고 있다"며 "당장 이를 중단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한국여성민우회 입장문 전문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

3월26일 게임제작사 대표 김학규는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사 직원이 '여성민우회와 같은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이유'를 추궁한 면담 내용을 공식적으로 게시했다.

0.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

1. 성우가 페미니즘 운동을 후원하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녹음 작업에서 하차했다.
캐릭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캐릭터를 삭제당했다.
여성아이돌은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쓰인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SBS 라디오 작가가 ‘친 페미니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며 하차 요구를 받았고 결국 부서를 이동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개인이 페미니스트인지를 판별하여 징계, 배제하는 작태를 수차례 목도해 왔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과와 해명을 요구받고 불이익을 당했다.

한국사회는 더 이상 기존의 남성중심적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

2. 또한 기업의 이윤추구는 양심·사상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어선 안 된다.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3. 본 사건은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게임업계의 성차별적·반인권적·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가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며, 그 무지와 전횡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민우회는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다.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싸움은 더욱 가열차게 이어질 것이며,
페미니스트들은 말하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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