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시장 후보자님, 지역대학이 위기입니다
/한성호 동아대학교 입학관리처장 의과대학 교수
꽃피는 새봄을 맞은 대학 교정에는 신입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발걸음이 보태져 활기찬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캠퍼스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밝은 캠퍼스 분위기와는 다르게 부산지역 대학교들은 말 못 할 고민으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부산지역 고등학생들이 지역의 주요 대학을 외면하고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수도권 대학으로 지원하고 있다. 어쩌다 부산의 대학들은 이런 위기를 맞게 되었나?
먼저 부산지역 대학의 가장 큰 고민은 학령인구 절벽이다. 2018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했고 2020년 이후에는 초과정원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아주 심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부산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이 압박받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의 줄도산은 시간문제이고 이는 엄청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이는 부산지역의 모든 대학에 닥칠 수 있는 눈앞의 위기이다.
학생 절벽과 더불어 지방대학 정원 채우기 문제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부산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20대 청년 75%가 '부산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기준 전국의 청년 실업률은 IMF 환란 수준인 10.4%인데, 부산은 이보다 훨씬 높은 12.3%였다. 부산의 청년 구직난이 심각하다는 소리다. 최근 조선업 등 부산의 주력산업 경영 위기로 체감되는 공기는 더욱 매섭고 차갑다.
이제 대안은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늘리는 데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장은 부산지역에 있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을 우선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전한 공공기관들과 같은 안정적이고 고임금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 대학 출신들의 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27% 수준에 머물렀다. 100명도 안 되는 인원만 지역 인재로 충당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따르지 않은 부산의 공공기관도 여러 곳이라고 한다. 기업 이전으로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지역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대학 육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위기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10여 년간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등록금 억제책 아래 사립대 등록금은 동결 혹은 인하됐다. 문제는 등록금이 인하·동결되는 동안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립대는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를 대부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따라서 등록금이 인하·동결되면 등록금 수입이 전체적으로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들은 대학평가와 정부 재정지원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 운영비와 학생 교육비 지출을 꾸준히 늘렸다. 이런 재정 압박은 결국 대학의 인력감축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제일 목표로 생각하는 현 정부 정책에 지역 대학은 역행할 수밖에 없다.
흔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가장 중요한 분야가 교육, 의료, 치안 분야라고 한다. 우수한 지역 대학 육성은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한 뿌리이다.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부산시장 후보들에게 외치고 싶다.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