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오는 28일 개봉] 내 눈앞에 있는 듯 오싹한 체험형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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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쇼박스 제공

영화에서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은 휴대용 카메라를 직접 들고 찍는 듯한 촬영기법이다.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손꼽히는 외국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호러물에선 찾기 어려웠는데, 수작 목록에 도전하는 작품이 등장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곤지암'이다.

이 작품은 공포체험 인터넷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7명의 멤버들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 남양정신병원 탐험에 나섰다가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흔히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통하는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곳으로 꼽히는 장소. 미국 CNN은 이 병원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일본 군함도 등과 함께 '세계 7대 괴기스러운 장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1996년 문을 닫았으며 소유주가 있지만 관리가 부실해 방치돼 내부에는 페인트나 스프레이로 칠한 낙서가 가득하다. 또, 병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든가 귀신이 출몰한다든가 하는 근거없는 괴소문도 있어 공포를 더한다.

메가폰을 잡은 정범식 감독은 이런 흥밋거리들을 7인의 체험단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멤버들이 직접 몸에 장착한 카메라는 스크린 속 괴기 현상을 보는 이들의 눈 바로 앞에 가져다 둔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듯한 카메라 앵글은 오히려 목표물을 흐릿하게 표현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무서움을 극대화한다. 그런가하면 얼굴 바로 앞에 있는 카메라는 공포에 질린 체험단의 표정을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만든다. 그러다가도 중간중간 손전등이나 적외선 카메라가 비추는 귀신들은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특이한 점 또 하나. 흔히 공포물에서 '소름 지수'를 높이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다. 하지만 '곤지암'에는 음악이 없다. 단지 '소리'만 있을 뿐이다. 멤버들의 발소리나 숨소리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면 탁구공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등이 공포감을 폭발시킨다.

영화의 배경이나 소재를 보면 캐나다의 '그레이브 인카운터'(2011)가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폐쇄 정신병원 안에서의 공포체험을 그린 작품. 다만 '곤지암'은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를 선정했고 자막이 없어 더욱 화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그레이브 인카운터'에 비해 정신병원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부분은 아쉽다. 나오는 귀신은 다른 장소에서 출몰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장점들 덕분에 감독의 전작 '기담'처럼 호러 명작 반열에 충분히 오를 만해 보인다. 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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