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부터 폭행신까지…'나의 아저씨' 시대착오적 연출에 시청자 혹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포스터

tvN의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첫방송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대된다'는 반응도 많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연출과 설정을 문제삼고 있다.

21일 첫방송한 '나의 아저씨'는 3.9%(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5.7%까지 올랐다. 기존에 배역을 맡았던 오달수의 성폭력 논란과 하차 등 악재를 감안하면 순조로운 시작인 편이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20대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 오해영' 등의 박해영 작가와 '시그널'의 김원석 PD가 연출해 스토리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연 이지안을 맡은 가수 아이유의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연기도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요소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는 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획의도와 인물 설정이 다분히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다.

'나의 아저씨' 측이 공개한 인물 관계도에 따르면 이선균과 아이유는 '애정'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문제는 둘의 나이 차이다.

극중에서 박동훈(이선균)은 45살, 이지안(아이유)은 21살으로, 24살 차이가 난다.

일부 시청자들은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을 엮는 설정에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이런 여론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의 아저씨 PD가 40대 사회활동이 왕성한 남성들의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단다"면서 "40대 아저씨들 속사정 알고 싶지도 않고, 이제 그만 사회활동 비왕성한 사람들의 겉사정이라도 좀 알자"고 일갈했다. 이 글은 3천회 이상 공유되며 공감을 얻었다.

제작진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방송 이후 인물 관계도에서 '애정' 표시를 삭제했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인물 관계도. 기존의 인물 관계도(왼쪽)에서는 동훈과 지안이 '애정 관계'로 나타나 있지만 방송 이후인 22일에는 '애정 관계' 표시가 삭제되었다. (사진='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캡처)
제작진은 또 기획의도에서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는"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흔한 아저씨들"의 매력을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극중 인물들은 특출한 능력이 없다. 이선균은 평범한 건축구조기술사인 박동훈을 연기했다. 그는 "순리대로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낳자마자 사법고시에 붙은 변호사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가 있지만, 스물 한 살의 지안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연 박동훈(이선균 분) 인물 소개. (사진='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캡처)
친형제들 역시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하차한 오달수 대신 박호산이 '22년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 두 번 말아먹어 신용불량자'가 되었지만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 맏형 박상훈을 연기한다.

동생 박기훈(송새벽 분)은 상훈과 함께 형제청소방을 운영한다. 한때 영화계의 천재로 추앙 받았지만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중"인 인물이다.

이런 설정은 오히려 젊은 시청자의 반감을 사고 있다. "도대체 왜 삶에 찌든 20대가 찌질한 40대를 만나야 하나. 예전 남성 주인공들은 나이는 많아도 돈 많고 성공한 미남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동네 아저씨가 주인공"이라는 트윗은 1만 8천회 이상 공유되었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기획의도 전문. (사진='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캡처)
트위터에서는 자신이 살면서 중년 남성에게 겪은 성희롱과 폭언을 고백하는 '#나의_아저씨' 해시태그 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A씨는 "'나의 아저씨'가 짜증나는 이유"라며 "20대 여성에게 40~50대 아저씨가 인생멘토가 되는 일이 더 많을까요, 성범죄 가해자나 진상 고객이 되는 일이 더 많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8천회 가까이 리트윗되었다.

첫화의 '폭행신'도 물의를 빚고 있다. '나의 아저씨'에는 지안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 분)도 등장한다. 21일 방송에서 광일은 주먹으로 지안의 얼굴과 복부를 수차례 가격한다. 그런 광일에게 지안은 심지어 "너 나 좋아하지"라고 반문한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21일 방영분에서 극중 인물 이광일(장기용 분)이 이지안(아이유 분)을 폭행하는 모습. (사진=tvN '나의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폭력을 등장시키는 시대착오적 연출에 시청자들이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는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되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의 아저씨' 측은 언론을 통해 "극 중 광일(장기용 분)과 지안은 단순한 채무 관계를 넘어 과거 얽히고설킨 사건에 따른 관계를 지닌 인물들이다. 이들의 관계가 회차를 거듭하며 풀려나갈 예정이니 긴 호흡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더불어 시청자분들이 불편하게 느끼셨을 부분에 대해서 제작진이 귀담아 듣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이 해명에 따르면 지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광일과 화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광일이 사랑의 표현으로 폭력을 사용한 것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 나아가 그가 사용한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

극중 인물 설정부터 폭행신까지, 구시대적 연출로 '나의 아저씨'가 첫화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