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길] 2. 동아대 한석정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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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제자 평등하게 질문 거듭해 미지의 해답 찾자"

동아대 한석정(65) 총장은 '동좌문도(同坐問道)'에서 교육의 나아갈 길을 찾았다. 동좌문도는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앉아서 정도(正道)가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는 뜻이다. 한 총장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결국 '질문'에서 나온다고 본다. 강원태 기자 wkang@

봄기운이 완연하던 지난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 어귀는 젊은이들로 술렁거렸다. 본관 앞 계단 위로는 플래카드가 살랑살랑 나부끼며 새 학기를 알렸다. 오후 2시 반, 총장실로 들어서자 한석정(65) 총장이 옆집 아저씨 같은 표정으로 반갑게 맞았다. 입구에 붙어 있던 '동좌문도(同坐問道)' 글귀에 대해 묻자 그는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앉아서 정도(正道)가 무엇인지 묻고 답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파 옆으로 30㎝ 남짓 높이의 권투 글러브상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동아대를 방문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권투 마니아인 한 총장에게 선물한 것이다. 둘은 사제지간이다.

질문은 인간의 고유 능력
창의적 사고·도전 정신 녹여내
지식 탐구하며 소통해야

자기주도 강화·다전공 제도 도입
교육과정 체계 대대적 손질
'비욘드 동아' 체화된 인재 양성

■질문, 최고의 인간 정신활동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에 비할 수 없는 '혁명적' 변화를 예고합니다. 지금 익숙한 많은 것이 조만간 그 형태와 본질적 의미가 바뀔 것입니다." 한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렇게 내다봤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는 "급변하는 시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능력"이라며 "그것은 본질을 꿰뚫는 '질문'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기존의 벽과 경계, 게임의 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총장은 인터뷰 내내 '질문'을 강조했다.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출발점입니다. 답이 알려져 있지 않은 대상과 문제에 대한 질문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정신활동이고, 답을 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몰입하는 능력이 도전인 것이지요." 그는 "(질문과 도전은)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사회에서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라며 "결국 그 힘은 각자의 창의·도전 역량과 이들이 모여 이루는 소통의 총합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대, 과연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까 총장실 입구에서 봤던 동좌문도가 다시 떠올랐다. 동좌문도는 동아대 설립자인 석당 정재환(1904~1976) 박사가 창안한 것. 한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적절한 인재 교육방법으로 이 동좌문도를 꼽았다. "우월적 지위에서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기존 해답과 틀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게 자리에 앉아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미지의 해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동좌문도에 대학이 어떻게 가르치고, 바뀌어야 하는지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옛것에서 길을 찾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 엿보였다. 한 총장은 동좌문도에서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의미를 찾았다. 지식 탐구, 멘토링, 문제해결과 도전 정신, 창의 융합 능력, 소통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곧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자세라고 한 총장은 설명한다. 동아대는 동좌문도의 정신과 방법론을 반영해 문제해결형(PBL, Problem based Learning), 질문중심형(IBL, Inquiry based Learning) 수업을 확대하고 교수자와 학습자의 능력 신장, 산업과 지역사회의 연계에 힘쓴다.

■비욘드(BEYOND) 동아

동아대는 지난해 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재정립했다. 전문성, 인성, 창의, 도전, 소통, 글로컬 능력 등 6가지다. 인성이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다. 한 총장은 "대학의 문턱이 너무 낮아져 세계 최대의 대졸자 배출국이 됐다"면서 "기본적으로 대학생이라면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인성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권도와 유도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권투가 취미이며 문무를 겸비한 이상적인 자아를 꿈꾸는 한 총장은 "무도(武道)를 통한 인성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교육과정 체계를 바꿨다. 먼저 '교양'은 올해부터 교양필수, 토대교양, 중점교양의 체계로 바꿔 소통 능력을 강화하고 융복합 과정도 보강했다. '전공'에서는 다전공 제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융합전공과 자기설계연계전공을 강화했고, 현장 중심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장려하기 위해 현장실습 교육과정을 늘리면서 표준화했다. 도전학기제를 통해 대외 활동도 학점으로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비교과'는 '비교과관리 통합체계'와 '학생역량 연계시스템'을 도입해 여기저기 흩어진 비교과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한 총장은 대학의 목표가 취업에만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종합대학으로서 인문과 자연의 균형을 이뤄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창의성을 통해 융합과 소통의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 아래 도입한 교육의 핵심 개념이 '비욘드(BEYOND) 동아'. 학과와 전공의 경계를 넘고(Boundaryless), 대학시절을 넘어 평생 가고(Entire Life), 한계를 넘고(Why not), 강의실을 넘고(On & Off), 규제를 넘고(New ground), 타율을 넘자(Design by self)는 것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교육성과관리센터를 설립했다. 또 동아대는 의과대·건강과학대, 생명자원과학대 주축의 '실버·바이오·헬스', 디자인환경대·인문대 중심의 '도시문화재생', 공대·자연과학대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산업고도화'라는 3각축으로써 지역 거점 사립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를 다진다.

동아대는 올해 개교 72주년을 맞았다. 한 총장은 '동아 100년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발전기금 모금 캠페인을 전개한다. 20만 동문의 힘으로 150억 원 정도를 모아 교양교육관과 동문관으로 쓰일 '미래교육관'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오는 28일 오후 6시 30분 부산롯데호텔에서 행사가 열린다. 같은 맥락에서 대외부총장직 신설도 고민 중이다. 한 총장은 "대학을 비롯한 모든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공동체, 봉사, 기여 같은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마선 기자 edu@busan.com

■ 한석정 총장은

1953년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서 태어났다. 경남고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볼스테이트대에서 사회학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역사사회학 박사 학위를 땄다. 시카고대에서는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 교수로부터 배우기도 했다. 1983년부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그동안 동아대 사회과학대학장, 교무처장,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만주 연구 전문가로, 만주학회장을 지냈다. 취미가 권투이고, 출전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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