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럭키·허리케인 하이스트] 관객 마음까지 '훔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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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럭키'와 '허리케인 하이스트'(위로부터). 스톰픽쳐스코리아·NEW 제공

영화 '도둑들'(2012)은 금고 따기, 벽 타기, 줄 내리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수백억짜리 보석을 훔치는 내용이다. 이처럼 팀을 이뤄 뭔가를 강탈하는 영화를 '하이스트(heist) 무비' 혹은 '케이퍼(Caper) 무비'라고 하는데, 할리우드의 '미션 임파서블' '인셉션' '나우 유 씨 미' 등이 대표작이다. 최근 이 장르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도둑들'에선 팀원 간의 배신이, '인셉션'의 경우엔 꿈을 훔친다는 발상이 그 예다. 그리고 지난 14일 동시 개봉한 '로건 럭키'와 '허리케인 하이스트' 역시 새로운 요소가 첨가된 하이스트 무비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 '오션스 일레븐'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로건 럭키'는 별 볼일 없이 살던 로건 형제가 세계 최대 레이싱 대회 당일, 지하 금고를 털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통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온갖 첨단장비를 동원해 목표를 털곤 한다. 하지만 '로건 럭키' 속 팀원들은 전문가는커녕 일반인보다도 부족해 보인다. 지미(채닝 테이텀)는 직장에서 쫓겨났고,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는 한 손이 없다. 조 뱅(대니얼 크레이그)과 동생들 역시 어딘가 살짝 모자라다. 구멍가게 돈통조차 훔치기 어려워 보이지만 제목의 '럭키'가 말해주듯 이들의 금고털이는 행운에 힘입어 극적으로 성공한다. 흔한 스마트폰 하나 없이 젤리 폭탄, 바퀴벌레를 이용해 문을 폭파시키는,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들이 눈길을 끈다.

'허리케인 하이스트'는 재난 액션을 첨가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급습한 미국의 한 소도시에 달러를 폐기하는 재무부 시설이 있다. 그런데 기계 고장으로 대기 중이던 6억 달러는 금고 안에 임시 보관된다. 이를 알게 된 범죄 집단은 돈을 훔친 후 태풍의 눈을 따라 도망친다는 계획을 세운다.

극 중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사실상 주인공은 압도적인 모습의 허리케인이다. 시속 300km의 태풍을 생생하게 옮기기 위해 제작진은 CG가 아닌 미니어처 기법을 택해 작은 건물과 차량 모형을 만들고 실제로 폭파시켰다. 또 도시가 한 번에 박살날 수 있도록 16만6000리터의 물을 12m 길이의 컨테이너에 담았다가 한 순간에 쏟아내며 쓰나미를 구현해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탄생시킨 롭 코헨 감독답게 카 체이싱 장면 역시 장관이다. 달리는 차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속도감을 전달하거나, 스턴트 촬영을 위해 카메라맨을 차 위에 올리는 등 연출기법으로 관객들의 숨가쁘게 한다. 몸을 움찔하게 만드는 '허리케인 하이스트'를 보고 나면 등이 뻐근할지도 모른다. 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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