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크래프트 대회'서 승부조작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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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경찰청



부산을 기반으로 흥행의 씨앗을 키워 온 대표적인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가 부산서 벌어진 승부 조작으로 휘청이고 있다. '리마스터 버전' 출시 이후 조금씩 되살아나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업주 A(26) 씨를 구속하고 승부 조작에 가담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B(24)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또 불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7명과 불법 도박을 한 101명 등 모두 108명을 함께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벡스코서 열린 경기
고의 패배로 부당이익 취해
프로게이머 포함 일당 적발
팬 "e스포츠 부활 악재 우려"

프로게이머 B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7 지스타 스타크래프트 대회' 8강전에서 상대 프로게이머에게 고의로 패배하는 대가로 A 씨로부터 4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일당은 B 씨가 패배하는 데 돈을 베팅해 한 경기 만에 1500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프로토스가 주 종족인 B 씨는 이날 경기에서 상대 테란 프로게이머의 초반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등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인터넷 방송 BJ를 하던 B 씨에게 승부 조작에 가담할 것을 먼저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A 씨 일당과 B 씨가 공모해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ASL 5 대회에서도 승부 조작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씨와 B 씨의 SNS 채팅 내용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들을 밝혀냈다.

사진=부산경찰청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오랜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출시된 PC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전국에 PC방 창업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부산은 스타크래프트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2004년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에 10만 명의 시민이 운집하고, 이후에도 벡스코 등지에서 주기적으로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스타크래프트의 새로운 버전인 '리마스터' 출시 행사도 미국이 아닌 부산 광안리에서 했을 정도로 부산은 흥행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에 이어 또다시 승부 조작 파문이 일면서 스타크래프트라는 콘텐츠 자체가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e스포츠 팬을 자처하는 이용규(30) 씨는 "선수와 팬들의 애정으로 최근 다시금 주목받는 스타크래프트가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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