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기도 돈 앞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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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해양경찰서 김수옥 수사과장이 14일 브리핑을 통해 강도살인미수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사기도박 이익금 배분에 앙심을 품고 사회 동생을 살해한 뒤 거액의 판돈을 가로채려 한 50대 어민이 붙잡혔다. 다행히 피해자는 절체 절명의 순간 걸려온 아내의 전화 한 통으로 목숨을 건졌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6시께 거제시 거제면 한 해상콘도에서 A(35) 씨를 둔기로 내리쳐 중상을 입힌 혐의(강도살인미수)로 B(51)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도박 이익금 배분 앙심
지인 살해 시도 50대 검거

경찰에 따르면 2003년 같은 선단 선원으로 만나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2011년부터 삼천포항에서 주변 선원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였다. 그러나 A 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익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자 관계가 소원해졌다. 한동안 만남이 뜸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께 다시 사기도박 건으로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익금 배분이 말썽이었다. 이에 B 씨는 끔찍한 범행을 준비했다. "큰 판을 만들 테니 같이 하자. 판돈으로 5000만 원을 준비하라"며 꼬드긴 B 씨는 인적이 드문 해상콘도로 유인해 A 씨를 둔기로 중상을 입혔다. 이후 몸싸움을 벌이던 중 A 씨 아내로부터 갑자기 영상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전화를 받은 A 씨는 "나 없어지거나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하라 했냐"고 했고, A 씨 아내가 "외삼촌하고 B 씨를 찾아가라 했다"고 답했다. A 씨 부부가 평소 그런 대화를 자주 나눴기 때문이다. 통화 내용에 당황한 B 씨는 결국 범행을 포기했다.

A 씨가 살인 및 시신 훼손, 유기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도구들. 김민진 기자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지난달 23일 A 씨가 뒤늦게 "B 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신고하면서 해경 수사가 시작됐다. 그날부로 B 씨도 잠적했다. 경북 포항시와 부산시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B 씨는 지난 9일 통영시의 한 아파트에서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 당일 B 씨가 가져온 아이스박스에서 조경용 가위, 공업용 칼, 수 십장의 비닐봉지, 그물 망, 작업복, 작업화, 장갑 등이 발견된 것. 해경은 살인 후 시신을 훼손하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판돈을 노린 감금 폭행 사실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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