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이어 갈치도 씨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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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인부들이 이날 들어 온 풀치(새끼 갈치). 황석하 기자

한동안 새끼 고등어를 대량 잡아들여 "씨를 말린다"는 호된 비판을 받아 온 대형선망 선사들이 이번에는 풀치(새끼 갈치)까지 대거 잡아 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일어업협정은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영난에 빠진 선사들이 마구잡이로 치어를 포획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14일 오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에는 한 눈에 봐도 크기가 작은 풀치들이 쏟아졌다. 크고 굵은 갈치는 몇 상자 안됐지만, 풀치를 담은 상자는 모두 두 겹으로 쌓인 상태에서 상자 밖으로 풀치가 넘쳐날 정도였다. 이날 공동어시장에는 대형선망과 저인망 어선이 입항해 갈치 4만 2956상자(상자 당 18㎏) 분량을 풀어놨는데, 이중 풀치는 3만 5075상자로 무려 81.6%를 차지했다.

14일 공동어시장 풀린 갈치 
82%가 18㎝ 겨우 넘긴 풀치
"이런 걸 잡아오나"선사 성토 
정부 무능 비판 목소리 고조

갈치의 몸길이는 머리에서부터 몸 1/3 지점에 위치한 항문까지 측정하며, 금지체장은 18㎝다. 태어난 지 2년 6개월이 지난 갈치 성숙어는 항문장 22㎝가 넘고, 3년차에는 30㎝까지 자란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공동어시장에 들어 온 풀치는 금지체장 18㎝를 겨우 넘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갈치 금지체장이 있으나마나 한 규정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풀치와 대형 갈치 비교 사진. 황석하 기자
풀치 마리 당 가격도 1000원 이하의 푼돈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새끼 갈치는 소비자들의 밥상에 오르지 않고 대부분 사료 또는 어묵 공장의 원료로 팔려 나간다. 현장에 있던 한 수산물 유통인은 "이런 푼돈 벌려고 새끼들을 죄다 잡아들이면 결국 바다를 망치게 될 것이다"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바다의 미래를 갉아먹는 새끼 물고기 포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오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인부들이 이날 들어 온 풀치(새끼 갈치)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황석하 기자
갈치의 자원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풀치 대량 포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갈치 생산량은 5만 4481t으로 전년도 3만 2333t에 견줘 68.4%나 증가했음에도, 최근 10년 생산량 추이를 보면 2009년에 8만 5450t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중진 연구사는 "지난해 갈치 생산량이 반짝 증가했다고 해서 자원 상태가 회복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금어기를 앞 당겨 실시하는 바람에 갈치가 우리 해역으로 대거 넘어와 생산량이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대형선망 업계는 한일어업협정 난항 탓에 바다가 좁아지면서 경영난에 봉착했고 줄도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풀치라도 잡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지금 조업할 곳은 제주 인근 해역밖에 없어 모든 어선이 그곳에 몰려 있다. 어업협정을 빨리 마무리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도 조업을 할 수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고 하소연 했다.  

14일 오전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인부들이 이날 들어 온 풀치(새끼 갈치)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황석하 기자
상황이 이렇지만 일본과의 협상 진척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일본 측에 이달 중으로 협상을 하자고 제안을 했으나 아직 일본으로부터 어떠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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