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독립운동가' 유품 부산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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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유럽 특파원과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서영해(뒷줄 맨 오른쪽·원안) 선생이 백범 김구 임정 수반(앞줄 가운데)과 함께 찍은 사진. 이재찬 기자 chan@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문필가였던 서영해(1902~1949년 실종) 선생의 유품 다수가 기증돼 부산 시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민국 독립운동사 연구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영남 전 부산한글학회 회장은 12일 오후 경남여고 교장실에서 박재봉 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여 년 간 보관해 오던 서영해 선생의 사진과 편지, 유고, 통신문 등 250여 점의 유품을 경남여고 역사관(관장 남용강)에 기증했다.

부산 출신 서영해 선생
사진·편지 등 유품 250여 점
류영남 선생이 경남여고 기증

김구 등과 활동 내용 담겨
전시 후 부산박물관에 전달

유품들은 서영해 선생의 부인 황순조 전 경남여고 교장이 1985년 작고하기 직전 류영남 전 회장에게 맡겼던 자료들로, 이번에 황순조 전 교장의 유품들과 함께 기증됐다. 경남여고 역사관은 기증받은 유품들을 오는 4월 경남여고 개교 91주년에 맞춰 전시한 뒤 서영해 선생의 자료들은 독립운동사 연구를 위해 부산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서영해 선생의 유품 중 사진첩에는 백범 김구 선생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찍은 사진과 프랑스 활동 당시 찍은 사진 등 140여 점이 실려 있다. 편지는 김구, 조소앙 선생 등과 주고받은 글들로 당시 외교 투쟁 등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활동을 잘 말해주는 자료들이다. 유고는 '해외서 지낸 십오 성상을 돌아다보며', '한국에서의 일본 식민 제국주의 정책에 관한 보고' 등 당시의 국내외 정세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글들이 많다.

통신문 '미합중국 의회에 보내는 글 -1920. 8. 대한민국 임시의회 위원', '모스크바 회의 신탁 통치 결정 취소 투쟁 미국 대표단 런던 파견 요구 -서영해' 등은 당시의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치의 기류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자료다. 이밖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언', '동지 동포들에게 보내는 공개신(公開信) -김구(金九), 김약산(金若山)' 등 각종 자료와 프랑스 시장과 경시청에서 발행한 서영해 선생의 증명서·신분증 등도 눈길을 끈다.

한국인이 쓴 최초의 불어 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의 주변>이 1987년 파리에서 발견돼 그 작가로 서영해 선생이 알려지면서 역사에 묻혀 있던 그의 발자취가 세상의 조명을 받게 되고, 이번에 기증된 사진과 자료도 그때 국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서영해 선생의 유품들을 경남여고 역사관에 기증한 류영남 전 부산한글학회 회장. 경남여고 역사관 제공
서영해 선생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프랑스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1929년 파리에서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 프랑스 통신원과 외교특파원, 프랑스 예정대사, 초대 주불대사 등으로 활약했다. 1948년 부산에서 황순조 전 교장과 결혼한 후 외교 활동을 위해 프랑스로 가기 위해 부인과 함께 중국 상하이로 건너갔다. 하지만 당시의 복잡한 외교 사정으로 인해 부인만 귀국하고 중국에 남았는데 그 이후 소식이 끊어졌다.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공이 인정되어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됐다.

부산박물관 이해련 학예연구실장은 "서영해 선생의 서신이나 유고 등은 독립운동 연구 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부산박물관에 기증되면 연구자들의 검토를 거쳐 내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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