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목사가 성추행, 부산 종교계 '미투' 터졌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투(#Me Too) 운동' 여파가 성역으로 여겨졌던 부산지역 종교계와 시민사회까지 미쳤다. '노숙자의 대부'로 불리는 빈민운동가 김 모 목사가 최근 한 여성의 폭로에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학계·미술계에 이어 부산지역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성폭력 사태에 휘말리면서, 지역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가슴 만지고 키스 퍼부어"
지난 1월 SNS 통해 폭로

해당 목사 성추행 사실 인정
"순간의 충동 못 다스렸다"

김 목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B 씨를 성추행한 사실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 목사는 사과문에서 "피해자가 고백한 (성추행) 내용은 변명할 여지 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순간의 충동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남겼다. 다시 한번 사죄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말 B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퍼붓던 김 목사…" "순간 놀라서 천막을 뛰쳐나왔고,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등의 내용이었다.

B 씨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은 2016년 부산의 한 주거환경 개선 사업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일부 주민과 김 목사는 사업 시행에 따른 강제 철거에 반발해 천막과 철탑 등에서 농성을 벌여오던 터였다. 농성이 끝날 무렵 우연히 천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주민 B 씨는 김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 2년가량이 지난 1월 31일 B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가 있은 지 이틀 뒤였다.

김 목사는 12일 본보와의 통화해서 성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김 목사는 "술기운도 있었고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라며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여서 글이 올라온 뒤 곧바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곧바로 사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B 씨도 받아준 거로 생각하는 등 스스로 합리화하며 넘어갔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김 목사의 개인적인 사과 이후 B 씨는 폭로 글을 내린 상태다. 김 목사는 "서로 화해는 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채찍의 의미로 사과문은 계속 올려놓고 있다"면서 "지역사회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김 목사의 성추행 사태로 시민사회와 종교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목사는 가난 공동체로 불리는 교회를 설립했으며, 무료 급식 봉사 등 노숙자와 실직자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 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이승훈·김준용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