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미투 꼬리 자르기' 불발로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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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증거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파문의 해법을 찾는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이 더욱 난처해졌다.

성 추문 의혹으로 자진 사퇴를 권유받은 인사는 오히려 선거운동을 재개했고, 사퇴 만류를 요청받은 인사는 끝내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민주당과 성 추문 의혹 당사자 사이의 간극이 이처럼 커지면서 '꼬리 자르기'를 통해서라도 지방선거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여권의 구상이 어긋나고 있다.

박수현 전 靑대변인에 사퇴 요구 
정작 본인은 "음해" 반박
정봉주도 시장 출마 그대로

조사 후 판단하려 했던 
민병두 의원은 사퇴서 제출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여성 당직자 특혜 공천 및 불륜 의혹이 제기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충남지사 예비후보직 자진 사퇴를 권유키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변인은 지난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이후 중단한 선거운동을 이날 재개하는 등 중도 출마 포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미투 운동과 개인사를 가공한 흑색선전은 분명히 다르다"며 "네거티브 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도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선 박 후보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검증위를 열어 예비후보 자격을 강제로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해 당내 분란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복당을 신청하고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는 정봉주 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성추행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피해 여성이 제기한 과거 성추행 시간과 장소에 자신이 없었다고 성추행 의혹을 일축하면서 정정 보도와 사과가 없으면 해당 매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는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정 전 의원의 복당 심사를 할 예정인데 당사자의 강력한 반박과 여론의 비판 사이에 놓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면 민병두 의원은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결국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 민주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방침 아래에 공식·비공식으로 의원직 사퇴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민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민 의원의 사직서가 처리되면 민주당 의석은 121석에서 120석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원내 1당인 민주당과 2당인 자유한국당(116석)의 의석 차는 4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도 현재 7곳에서 8곳으로 늘어나게 돼 원내 제1당 지위 유지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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