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북·미 대화가 낙관적인 이유
/임석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신발공장 사장님이 수출을 타진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두 명의 세일즈맨을 보냈다. 첫 번째 세일즈맨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리카에 신발을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장님, 이곳에는 신발을 신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두 번째 세일즈맨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리카 신발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했다. "사장님, 이곳에는 신발을 신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동일한 현상을 접하더라도 우리는 비관론과 낙관론의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곤 한다.
트럼프 ·김정은 깜짝 담판
흥하거나 망하거나 갈림길
'순망치한' 중국 입장 바뀌고
트럼프는 쇼 주인공 스타일
적이자 서로 필요한 관계로
다가올 빅이벤트 가슴 설레
올해 들어 숨 가쁘게 전개된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 그리고 그 결정판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콜'을 보는 시각 역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낙관론자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사상 최고의 빅딜'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관론자들은 한바탕 '외교 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통파 국제정치학자들은 대다수가 비관론자들이다. 그들은 국제 사회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며,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는 군사적 안보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비관론은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를 지키려는 이성적 행동이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않고서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작금으로 국제정세가 특별히 변한 것이 없는데, 지난 20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북핵 문제가 갑자기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국제사회에서 적대 국가끼리도 경제적 실익이 더 크다면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국가 간 지속적 접촉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함으로써 오해와 오판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올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남북의 판문점 직통전화 채널 복원,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그리고 남북 고위급 지도자들의 방문과 친서 전달은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충분히 예시할 수 있는 신호탄이라 생각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담판은 거액의 판돈을 건 도박이다. 흥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 문제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비토권을 가진 중국의 분위기가 매우 좋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을 지원해 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공산당의 기관지인 글로벌타임스를 통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지원하며, 북한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과거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입술이 망하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관계로 묘사하였는데, 최근에는 근대 기술과 국제 관계의 변화로 인해서 "지정학적 버퍼로서 북한의 중요성이 감소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가 더 중요하다는 중국의 입장 선회로 해석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낙관적인 두 번째 이유는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의 정상회담은 실무진에서 이미 조율된 내용을 최고 지도자가 확인하고 사진 찍는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주연인 리얼리티 쇼처럼 각본에 짜인 절차적 진행을 무시한다. 그동안 그는 수차례에 걸쳐 틸러슨 국무장관과 실무진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뒤집거나 비난하였다. 이렇게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트럼프는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재 곤경에 처한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 그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세계 평화를 위해 최고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트럼프와 김정은은 협박과 인신공격성 비난을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핵무기를 가진 미치광이"로 묘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위협하였다. 김정은도 이에 질세라 트럼프를 "불장난을 좋아하는 불한당이자 깡패"로 묘사하고 "노망난 미국 늙은이를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쩌면 트럼프와 김정은은 적이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랑과 미움을 오가며 유지되는 관계인 프레너미(frenemy)라고 볼 수 있다.
봄이 오는 4월은 남북정상회담이, 그리고 봄이 무르익는 5월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현실주의적 비관론에 익숙한 나마저도 다가오는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