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한 살에 두 번째 시집 김민남 동아대 명예교수 "우리 세대 삶, 詩로 젊은 세대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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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자였다. 참으로 힘든 시절을 살았다. 굴곡 많은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올해 여든한 살의 김민남 동아대 명예교수가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아름다운 인생>이다.

지난해 산수(傘壽)를 맞아 낸 첫 시집 <마음으로 가는 길>에 이은 책이다. 동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많은 전공 서적을 냈던 그가 팔순의 나이에 시인의 마음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기자·교수로 올곧은 신념 회상
퇴임 후 시인의 마음으로 표현

"시라고 할 수도 없어요. 사유의 끝에 떠오르는 것을 가다듬었을 뿐이죠. 할 말이 많았는지 시가 길어지데요." 동아대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 1960년 6·3 시위로 제적.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자유운동, 1975년 이번엔 강제 해직. 동아대 교수 임용,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

남들은 인생에 한 번도 겪기 힘든 '해직과 제적'을 세 번이나 겪은 그의 얼굴은 그러나 온화했다. 동아대 교수 해직 5년 만에 복직해 후학을 가르치며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다가 퇴직한 김 교수의 삶에는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의 굵은 나이테가 오롯이 새겨 있다.

"후회하지 않으세요?" 외람될 수도 있지만 당돌하게 물었다. "후회 없다. 인생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그 길은 베푸는 삶이어야 한다." 퇴임 후 삶과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 김 교수는 독재에 맞서고, 민주언론을 세우기 위한 자신의 삶이 이제는 자연이나, 사람에게 베푸는 것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에게나 따뜻한 가슴과 부지런한 손이 있어요. 재산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 권력 이런 걸 다 갖추고 베풀겠다면 늦답니다." 김 교수는 "시간도 부도가 날 수 있고,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바로 그때'이다"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수습 10기로 기자가 되었던 김 교수는 유신독재에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동아일보 앞에 시민들이 찾아와 '각성하라. 권력에 대한 아부 중단하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동참했다. 지난해 촛불 정국을 보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성장을 몸으로 느꼈다는 김 교수는 "품격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국민의식의 성숙이 아름다운 역사를 또 만들었다"고 뿌듯해했다.

대학 시절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부인 이의자 경성대 명예교수와 결혼해 50년을 해로하는 김 교수는 두 아들이 장성해 큰아들은 기자가 되었고, 둘째는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나온 '아름다운 길'이 헛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들은 돈과 권력으로 기회만 나면 국민들을 억압해 왔죠.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언론은 비판의식이 기본입니다. 그 역할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언론자유를 위해 해직도 마다하지 않던 기개가 여전했다.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건강을 챙기고, 손글씨를 쓰면서 사유에 잠기는 김 교수는 "우리 세대가 살아왔던 삶을 시의 형식을 빌려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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